이달의 뮤지컬 추천작- 로미오 앤 줄리엣
무용수들은 전후좌우 무대를 가로질러 뛴다. 핀라이트가 떨어지는 자리에서 싸움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춤들이 뒤엉킨다. 넘어지고, 돌리고, 던지고, 성추행하고, 비명 지르고…. 청색과 적색 의상으로 구분된 두 집안 사람들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몸을 부대낀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사진>은 이렇게 춤으로 긴장을 뭉쳤다. 이완시킬 땐 음악을 썼다. "인생은 바람과 같은 것"이라고 노래하는 〈세상의 왕들〉, 로미오(다미앙 사르그)가 죽음을 예감하며 부르는 〈나는 두려워〉,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조이 에스텔)의 이중창 〈행복한 사랑〉 등은 철철 넘칠 것 같은 감정으로 돌진해온다.
2년 만에 돌아온 이 내한공연이 2월의 뮤지컬 추천작으로 선정됐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이수진 공연칼럼니스트 등 뮤지컬 평론가 3명은 모두 《로미오 앤 줄리엣》에 가장 많은 별점을 달았다. "멜로디의 중독성이 강하고 가창력이 받쳐준다"(원종원), "이야기 밑에 흐르는 감정을 드러내 관객의 집중력을 높여줬다"(이수진) "안무가 압권이다"(이유리)는 평이다.
지난달 29일 개막공연은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객석 반응은 좋았다. 증오를 사랑의 다른 얼굴로 표현했고, 노래마다 '내일'을 다양한 뜻으로 변주했고, 머큐쇼나 티볼트는 물론 줄리엣의 유모까지 드라마틱한 독창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커튼콜 때는 관객이 달려 나와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는 등 초연 때의 풍경이 재현됐다. 평론가들은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없고 극 전개의 템포가 느리다는 것 등을 이 뮤지컬의 약점으로 지적했다.
2월 뮤지컬 추천작에서는 이달 폐막하는 《지킬 앤 하이드》, 남녀 배우 둘만 나오는 《카페인》, "인생도 빌린 것"이라고 노래하는 《렌트》도 상대적으로 많은 별점을 챙겼다. 2월 개막작 중에는 한국 배우들로 공연하는 《돈주앙》, 미국 공연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개막하는 《드림걸즈》,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나라에서 펼쳐지는 《자나, 돈트》가 기대작으로 꼽혔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