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1.22 03:21
| 수정 : 2009.01.22 07:37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이지혜의 불협화음'은 삽입곡을 통해 한 뮤지컬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필자 이지혜씨는 뮤지컬 《아이 러브 유》 《맨 오브 라만차》에서 번역·개사(改詞)를 맡았고, 《첫사랑》 《대장금》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김광석이 광장에서 부르는 전대협 진군가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키스를 했을 때,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직접 보았을 때,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는 피아졸라를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쨍 하고 깨달았다. 아, 이게 원래는 이런 거였구나. 익숙했던 낡은 관념이 믿을 수 없으리만큼 아름답고 생생해지는 순간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사진)의 〈지금 이 순간〉은 《캣츠》의 〈메모리〉와 더불어 뮤지컬 노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닐까. 심지어 공무원인 나의 사촌오빠도 동료 음악회(라는 것을 하고 있단다)에서 이 곡을 불렀다니까. 극중 지킬 박사가 부르는 이 곡은 "사슬을 벗어던진다/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잊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같은 웅장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음악적으로 확실한 클라이맥스가 있으면서도 부르기는 의외로 수월하여 노래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효과도 있어 배우들이 오디션 때 가장 많이 선택한다.
김광석이 광장에서 부르는 전대협 진군가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키스를 했을 때,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직접 보았을 때,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는 피아졸라를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쨍 하고 깨달았다. 아, 이게 원래는 이런 거였구나. 익숙했던 낡은 관념이 믿을 수 없으리만큼 아름답고 생생해지는 순간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사진)의 〈지금 이 순간〉은 《캣츠》의 〈메모리〉와 더불어 뮤지컬 노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닐까. 심지어 공무원인 나의 사촌오빠도 동료 음악회(라는 것을 하고 있단다)에서 이 곡을 불렀다니까. 극중 지킬 박사가 부르는 이 곡은 "사슬을 벗어던진다/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잊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같은 웅장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음악적으로 확실한 클라이맥스가 있으면서도 부르기는 의외로 수월하여 노래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효과도 있어 배우들이 오디션 때 가장 많이 선택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수의 음치를 포함한 이들이 같은 곡을 부른다는 건 엄청난 고문. 《미스 사이공》 오디션 때는 응시자의 절반 정도가 불러대는 통에 외국인 음악감독이 전주가 시작될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괴로워했다나. 여러 번의 오디션에서 입은 깊은 트라우마로 인해 나는 아직까지도 《지킬 앤 하이드》를 관람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것은 농담이지만, 이 지면을 빌려 의식 있는 분이 이 곡을 오디션 금지곡으로 지정할 것을 분연히 건의하는 바이다.
최근 웹서핑을 하다 제작사에서 만든 〈지금 이 순간〉 홍보 영상을 발견했다. 부른 사람은 한국의 원조 지킬 조승우가 "지구에서 노래를 제일 잘 한다"고 극찬한 홍광호. 별 생각 없이 플레이를 눌렀는데, 뭐냐 이건. 몇 백 번은 족히 들어 지겨운 노래가 파릇파릇 온몸을 간질이는 느낌. 사슬을 벗어던지고 육신을 잊은 채 모든 것을 바치는 지킬이 멋있어지는 느낌. 아, 이건 원래 좋은 곡이었구나! 손바닥에 떨어지는 물을 water로 인식한 헬렌 켈러처럼 〈지금 이 순간〉을 느낀 후, 트라우마는 치유되고 마침내 나는 《지킬 앤 하이드》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
최근 웹서핑을 하다 제작사에서 만든 〈지금 이 순간〉 홍보 영상을 발견했다. 부른 사람은 한국의 원조 지킬 조승우가 "지구에서 노래를 제일 잘 한다"고 극찬한 홍광호. 별 생각 없이 플레이를 눌렀는데, 뭐냐 이건. 몇 백 번은 족히 들어 지겨운 노래가 파릇파릇 온몸을 간질이는 느낌. 사슬을 벗어던지고 육신을 잊은 채 모든 것을 바치는 지킬이 멋있어지는 느낌. 아, 이건 원래 좋은 곡이었구나! 손바닥에 떨어지는 물을 water로 인식한 헬렌 켈러처럼 〈지금 이 순간〉을 느낀 후, 트라우마는 치유되고 마침내 나는 《지킬 앤 하이드》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