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ABC] "이스라엘이여 반성하라"

입력 : 2009.01.22 03:22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자이자 명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Barenboim)이 또다시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매년 새해 아침을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왈츠로 여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 자리입니다. 69년 전통의 이 음악회에서 올해 지휘자로 초청받은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 1·2세의 경쾌하고 발랄한 왈츠와 폴카 등을 선사한 뒤, 앙코르에서 신년 인사를 보냅니다. 인사말은 짧지만 진지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2009년이 세계 평화와 중동에서 인류 정의가 실현되는 해이기를 기원합니다."

최근 이 공연 영상(DVD)과 음반이 동시 출시(도이치그라모폰)됐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러시아계(系) 유대인이라는 복잡한 가계를 지니고 있는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1999년 이스라엘과 아랍 출신의 청년 음악가들이 절반씩 참여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창단해서 10년째 이끌고 있지요. 괴테의 말년 시집 제목에서 따온 이 악단은 타계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Said)와의 교감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

청년 시절, 바렌보임은 누구보다 이스라엘을 위한 음악 활동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 전쟁 당시에는 로마 콘서트를 취소하고 첫 아내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와 함께 마지막 민항기로 이스라엘에 건너가, 텔아비브 등에서 매일 저녁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열혈 이스라엘 청년'이었던 바렌보임이 중동과 이스라엘의 평화 공존을 역설하자, 거꾸로 심경이 불편해진 쪽은 이스라엘입니다. 강경파에 속하는 이스라엘 전 교육부 장관은 바렌보임에 대해 "반(反)유대주의자"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바렌보임은 지난해 팔레스타인 명예 시민권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고, 올 초에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중동 공연을 취소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에 대해 "군사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 절망한다"고 비판했지요.

바렌보임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과거 독일 나치의 박해를 받았던 이스라엘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한, 중동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음악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무지를 깨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바렌보임의 신념에는 무엇보다 일관성과 실천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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