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1.19 10:03
연극배우 김정호
"혀 짧은 배우 있잖아. 연기겠지?" "아니, 진짜 짧은 거 같던데?" 연극 '황야의 물고기'를 관람한 두 관객이 공연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며 나눴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보안관 존도, 사기꾼 해리도, 집시 나타샤도 아닌 혀 짧은 잭 이야기로 말문을 뗀 걸 보니 2시간 동안 진행된 연극에서 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일단 논란의 결론부터 내리자면 "No". 짧은 혀는 어수룩한 잭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잠시잠깐의 위장술일 뿐 김정호는 정상적인 혀를 가진 배우다.
"혀가 자꾸만 짧아지는 것 같아요. (웃음) 처음에는 혀가 짧은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평범하게 대사를 하니까 캐릭터가 살지 않더라고요. 연출님의 권유로 혀 짧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진짜 그런 줄 알아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재밌게 공연하고 있죠."
그의 말대로 김정호가 맡은 다혈질의 어리버리한 잭은 그가 연기했던 배역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 발음이라는 외향적인 변화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극단에 놓인 내면적인 감정 표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허울 속에 어긋난 삶을 끼워 맞추기 위해 소극을 벌이는 아버지('굴레방다리의 소극')도, 염소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단절되어 버린 50대 가장 마틴('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도, 그리고 후작의 아들과 금지된 사랑에 빠진 작가 오스카('유다의 키스')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채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이러한 쉽지 않은 인물들이 좋단다.
"그 이유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좋아요. 작품 역시도 비일상적이고 연극성이 많이 가미된 작품을 좋아하고요. 예를 들어 상황을 극한까지 몰아간다든지 고통의 극치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작품들이요. TV도 영화도 아닌 연극에서만 가능한 작품을 만나면 도전의식이 생겨나요. 물론 어렵죠. 힘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면 절로 의욕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보안관 존도, 사기꾼 해리도, 집시 나타샤도 아닌 혀 짧은 잭 이야기로 말문을 뗀 걸 보니 2시간 동안 진행된 연극에서 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일단 논란의 결론부터 내리자면 "No". 짧은 혀는 어수룩한 잭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잠시잠깐의 위장술일 뿐 김정호는 정상적인 혀를 가진 배우다.
"혀가 자꾸만 짧아지는 것 같아요. (웃음) 처음에는 혀가 짧은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평범하게 대사를 하니까 캐릭터가 살지 않더라고요. 연출님의 권유로 혀 짧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진짜 그런 줄 알아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재밌게 공연하고 있죠."
그의 말대로 김정호가 맡은 다혈질의 어리버리한 잭은 그가 연기했던 배역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 발음이라는 외향적인 변화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극단에 놓인 내면적인 감정 표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허울 속에 어긋난 삶을 끼워 맞추기 위해 소극을 벌이는 아버지('굴레방다리의 소극')도, 염소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단절되어 버린 50대 가장 마틴('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도, 그리고 후작의 아들과 금지된 사랑에 빠진 작가 오스카('유다의 키스')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채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이러한 쉽지 않은 인물들이 좋단다.
"그 이유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좋아요. 작품 역시도 비일상적이고 연극성이 많이 가미된 작품을 좋아하고요. 예를 들어 상황을 극한까지 몰아간다든지 고통의 극치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작품들이요. TV도 영화도 아닌 연극에서만 가능한 작품을 만나면 도전의식이 생겨나요. 물론 어렵죠. 힘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면 절로 의욕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그의 이러한 범상치 않은 취향은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배우 '몰리에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몰리에르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생을 걸고 싶은 무언가도 생겼다.
"학창 시절에는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교회에서 연극을 하게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엇을 한 게 처음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무대 위에 섰는데 웬걸 참 좋은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도 좋았고, 인정받는 기분도 좋았어요." 교회 무대가 그에게 알려준 세상은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오랜 시간, 그 세상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꿔왔던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몰리에르를 알게 됐죠. 어릴 때는 무대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몰리에르의 일화가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었어요. 그 열정을 정말이지 닮고 싶었죠." 그는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연극영화과 진학을 결심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저희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갈 길은 어디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 밖에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처음으로 제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제 인생을 걸고 미친 듯이 가보고 싶습니다.' 라고. (웃음)"
그렇게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로 무대에서 그의 인생을 건 연극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김정호에게 연극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가야 하는 인생"이다.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같아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변하고 쫓아가는 것도 달라지고. 조금씩 천천히 인생을 배우고 있어요.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접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거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어요. 그만큼 제가 배워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죠." 그가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비일상적인 연극에 유독 많이 출연하는 이유 역시 연극이 그려내는 새로운 세상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는 그의 인생철학이 반영된 결과이리라.
현재 그가 공연 중인 연극 '황야의 물고기'는 서부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이 남겨놓은 생채기의 고통에 점점 현실을 멀리하는 주인공들은 서부시대의 한 인물이 되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 안에서 그들은 더 이상 무능력한 백수도, 나이 많은 노인도, 아내의 외도에 고통스러워하는 남편도 아니다. 이름만 부르면 달려와 안아주는 영웅이 있고, 춤과 노래가 있으며,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그들만의 서부세상'의 일원인 것이다.
서부세상의 잭이 된 배우 김정호는 늘 그렇듯 그 안에서 인생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통 받고 극한으로 치닫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 지독한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이고, 그 삶은 배우 김정호를, 인간 김정호를 만들어낼 것이다. "연기는 신이 내게 주신 일이고,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라는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나지막이 외친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학창 시절에는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교회에서 연극을 하게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엇을 한 게 처음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무대 위에 섰는데 웬걸 참 좋은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도 좋았고, 인정받는 기분도 좋았어요." 교회 무대가 그에게 알려준 세상은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오랜 시간, 그 세상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꿔왔던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몰리에르를 알게 됐죠. 어릴 때는 무대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몰리에르의 일화가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었어요. 그 열정을 정말이지 닮고 싶었죠." 그는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연극영화과 진학을 결심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저희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갈 길은 어디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 밖에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처음으로 제 인생을 걸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제 인생을 걸고 미친 듯이 가보고 싶습니다.' 라고. (웃음)"
그렇게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로 무대에서 그의 인생을 건 연극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김정호에게 연극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가야 하는 인생"이다.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같아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변하고 쫓아가는 것도 달라지고. 조금씩 천천히 인생을 배우고 있어요.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접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거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어요. 그만큼 제가 배워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죠." 그가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비일상적인 연극에 유독 많이 출연하는 이유 역시 연극이 그려내는 새로운 세상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는 그의 인생철학이 반영된 결과이리라.
현재 그가 공연 중인 연극 '황야의 물고기'는 서부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이 남겨놓은 생채기의 고통에 점점 현실을 멀리하는 주인공들은 서부시대의 한 인물이 되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 안에서 그들은 더 이상 무능력한 백수도, 나이 많은 노인도, 아내의 외도에 고통스러워하는 남편도 아니다. 이름만 부르면 달려와 안아주는 영웅이 있고, 춤과 노래가 있으며,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그들만의 서부세상'의 일원인 것이다.
서부세상의 잭이 된 배우 김정호는 늘 그렇듯 그 안에서 인생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통 받고 극한으로 치닫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 지독한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이고, 그 삶은 배우 김정호를, 인간 김정호를 만들어낼 것이다. "연기는 신이 내게 주신 일이고,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라는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나지막이 외친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