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컬(영화 원작의 뮤지컬)'을 바라보는 시선

입력 : 2009.01.19 09:36

'무비컬, 약인가 독인가.'


올해도 창작뮤지컬 의 대세는 '무비컬'(Movical: 영화 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미녀는 괴로워'가 해를 넘겨 순항하고 있고, '색즉시공'(마포 아트홀)도 성황리 공연 중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新) 행진 와이키키' '마이 스케어리 걸' '내 마음의 풍금' 등도 막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3, 4년간 창작뮤지컬 시장은 무비컬이 아니면 명함 을 못 내밀 만큼 급격한 '무비컬 쏠림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무비컬이 창작뮤지컬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무비컬은 과연 뮤지컬 발전의 촉매제일까.

무비컬이 올해도 대세다. 송창의 최성희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
무비컬이 올해도 대세다. 송창의 최성희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

▶소재의 다양화


무비컬 신드롬은 일단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작뮤지컬의 오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탄탄한 극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무비컬은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준다.


이미 검증받은 스토리가 있고, 또 대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이미 무비컬이란 이유 만으로 상당한 홍보효과가 보장된 셈이다. 제작자로서는 주인공으로 스타급 한두 명만 영입하고 음악만 잘 만들면 대박이 눈앞에 어른거릴만 하다.


따라서 뮤지컬 시장의 외연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뮤지컬을 잘 모르던 관객을 새로운 팬으로 유입하는 효과가 크다. 송한샘 쇼팩 대표는 "뮤지컬의 스펙트럼이 다양화되고, 새로운 팬층을 개발하고, 투자 유인의 통로로 작용하는 것은 무비컬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한다.


▶무비컬의 그림자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0년 이후 해마다 팽창을 거듭해 지난해 시장 규모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무비컬 신드롬은 이런 '뮤지컬 빅뱅'의 산물이다. 뮤지컬이 양적으로 폭발하면서 새로운 텍스트가 많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히트영화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 무비컬이란 형식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많다. 널리 알려진 무비컬임을 내세우면 그만큼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쉬웠고, 투자자들 역시 흥행성에만 혹해 무비컬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사실 수많은 무비컬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지만 살아남은 것은 많지 않다.


김종헌 쇼틱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기존의 영화 브랜드를 이용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이런 경우 대개 탄탄한 완성도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본과 무대 형식 등을 숙성하기에 앞서 젯밥에 먼저 눈길이 쏠려서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무비컬이 대개 로맨틱 코미디나 코미디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송한샘 대표는 "무비컬 역시 소재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올드 보이'같은 스타일리시한 무비컬도 나올 때가 됐다"고 말한다.

▶결론은 완성도

무비컬이란 개념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헌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미 1940년대부터 '오즈의 마법사' 등 무비컬이 있었고, '빌리 엘리어트' '프로듀서스' '라이온킹' 등도 따지고보면 다 무비컬"이라면서 "하지만 외국에서는 무비컬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다만 좋은 뮤지컬과 그렇지 않은 뮤지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영화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에 맞게 확장할 것은 확장하고, 생략할 것은 생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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