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편집음반 전성시대 '씁쓸한 뒷맛'

입력 : 2009.01.15 03:02

기존 음원 모아 재활용 적은 비용으로 큰 인기…
새 음반 출시 악영향 우려

클래식 음악에서도 바야흐로 '편집 음반' 전성시대입니다. 신곡이나 신보(新譜)가 아니라 왕년의 히트곡 모음집을 일컫는 말로, 흔히 컴필레이션(compilation) 음반으로도 불립니다. 한때 팝이나 가요에서 위세를 떨쳤지만,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도 본격 상륙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배경 음악을 담은 편집 음반 〈은반 위의 요정(Fairy on the Ice·사진)〉이 대표적입니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등 김연아 선수의 시즌별 음악을 모은 이 음반은 지난달 출시 이후 판매고만 1만2000여 장에 이릅니다. 다음달에는 일본에서도 발매합니다.

지난해 인기를 모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後)폭풍도 여전합니다. 드라마 삽입곡을 중심으로 한 편집음반 〈베토벤 바이러스〉 1집이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5만6000장이 나가더니, 11월에 출시된 2집도 2만여 장이 판매됐습니다. 이 드라마에 '강 마에' 역으로 출연했던 탤런트 김명민을 표지 모델로 쓴 〈김명민의 클래식 마에스트로〉도 출시 2주 만에 8000여 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편집 음반은 기존의 음원(音源)을 묶어 다시 내는 '재활용'에 가깝습니다. 표지 모델에게 로열티로 지급하는 초상권 비용을 제외하면 제작비가 별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중 친화력이 있는 스타 마케팅을 통해 음악 저변 확대를 노린다"(조희경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부장)는 전략에 소비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편집 음반의 르네상스에는 치명적 단점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음반 시장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 강력한 마케팅을 동원한 일부 음반만 빛을 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2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서는 한국의 클래식 분야 히트 음반 기준을 ▲골드 음반은 8000장에서 5000장 ▲플래티넘(platinum) 음반은 1만5000장에서 1만장으로 각각 낮췄습니다. 예전에는 8000장을 팔아야 히트 음반으로 간주하던 것을, 지금은 5000장만 팔아도 같은 수준으로 본다는 뜻이지요.

"음반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몇몇 음반만 판매가 상승한다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과 비슷한 것"(이상민 워너뮤직 코리아 부장)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제는 '재활용 음반'이 미래에 출시될 신보 판매를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값싼 패키지에 친숙해지면, 제값을 주고 비싼 새 음반에 손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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