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리운 금강산' 열창에 넋나간 관객들

입력 : 2009.01.15 03:03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사진=연합뉴스 제공
앙코르만 6곡. 노익장(老益壯)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더했다. 1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Domingo)의 내한 무대<사진>에서 다섯 번째 앙코르로 〈그리운 금강산〉이 흘러나오자 9000여 청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67세의 노장은 보면대 위에 악보를 올려놓고 한국어 발음 기호를 따라 정성껏 열창하기 시작했다. "누구의 주제런가"라는 첫 노랫말에서는 "주예런가"라고 불렀지만, 이어지는 "맑고 고운 산"부터 정확한 한국어 발음이 뒤따르자 객석의 감탄사 크기도 높아졌다. 한국 관객의 반응을 확인한 도밍고는 후반부부터 오른손을 귓가에 갖다 대면서 자연스럽게 합창을 유도했다. 1995년 내한 당시에도 도밍고는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 연광철과 함께 이 노래를 불러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애창 한국가곡'이기도 하다.

공연 출발은 다소 불안하고 어수선했다. 첫 곡인 마스네의 오페라 《르 시드》 가운데 〈오, 절대자여, 심판관이여, 아버지여〉에서는 호흡에 다소 부침이 있었고, 특유의 목소리 윤기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노래 도중에는 관객을 입장시키지 않는다'는 장내 방송이 있었지만, 끝없는 주차 행렬에 일부 관객들이 늦었고 대형 체육관인 탓에 자리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쉽사리 자리를 찾지 못한 관객도, 이들을 뒤에서 바라보는 청중도 불만이 컸다.
반전은 2부에 찾아왔다. 마스카니의 〈체리 듀엣〉에서는 체리를 입에 넣는 연기와 함께 소프라노 이지영과 사랑의 이중창을 불렀고, 이어진 레하르의 〈왈츠 듀엣〉에서는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와 왈츠를 추며 호흡을 맞췄다. 열연과 더불어 도밍고의 고음(高音)도 나이를 잊을 만큼 안정을 찾았다. 스페인 전통 음악극 사르수엘라(zarzuela)의 노래로 2부를 끝내며 무대 위에 열기를 남겨놓은 도밍고는 앙코르에서 융단 폭격을 쏟으며 체조경기장의 온도를 한껏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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