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문극장보다 아프리카 가는 게 좋아… 음악으로 봉사 나설 것"

입력 : 2009.01.14 03:21

서울시향과 재계약한 지휘자 정명훈

정명훈은“올해는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만큼이나 오케스트라의 사
회 봉사와 참여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라 스칼라(이탈리아의 명문 오페라 극장)보다는 아프리카에 가는 것이 더 좋다."

최근 서울시향과 3년 임기로 재계약을 맺은 지휘자 정명훈이 예술인의 사회 봉사와 참여를 화두로 던졌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향 예술감독 임기를 연장한 그는 "정기 연주회를 줄이더라도,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친선 대사인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프리카 배넹(Benin)을 방문해서 자원 봉사 활동을 했으며, 18일 서울시향과 유니세프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연다.

―사회에 봉사하겠다고요? 어떻게요?

"올해부터 서울시향에서 어린이와 젊은 음악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작할 것이다. 자선 음악회를 계속 열고, 젊고 재능 있는 음악 전공생들이 유명 독주자나 단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일 욕심이 너무 많은데요?

"음악가는 메신저다. 음향이 좋은 연주회장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서, 관객들이 찾게끔 하는 일도 중요하다."

―서울시향 운영 방식이 크게 바뀌는 겁니까?

"오는 5월부터는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투어를 처음으로 갖는다. 우리가 지난 3년간 열심히 연습하고 닦아온 실력을 직접 보여드리겠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유럽 순회 연주를 떠나려고 한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다 보면, 정치적 오해도 받지 않습니까?

"나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는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무슨 정당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첫 임기 내내, 한국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강조한 이유는요?

"오케스트라는 한 나라의 음악 분야 국가 대표이다. 한국인의 음악적 재능은 특별하지만, 그에 비해 오케스트라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는 어느 하나만 잘해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오는 장점이 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후원을 어떻게 주문합니까?

"20여 년 전에 비하면 확실히 국가 전체의 수준과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요즘엔 후원자나 기업인들을 만나도 '저는 지휘가 첫 번째 일이 아니다. 우선 아내의 짐꾼이고, 다음으로 요리사이며, 시간이 있을 때 지휘를 한다'고 농담한다. 그러면 듣던 분들도 모두 '저도 그렇다'고 한다. 각자 먹고살기 바쁜 데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봉사 활동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인다.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기도 훨씬 편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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