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남자

입력 : 2009.01.13 03:20

오늘 내한공연 갖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나를 기다리는 청중이 있는 한 노래 계속"

지난해 세계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에서 '역사상 최고의 테너'로 꼽혔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Domingo)가 1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무대에 선다. 67세의 노장이지만, 테너 역사상 가장 많은 127개의 배역을 소화하며 그칠 줄 모르는 '음악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깨어날 때마다 오늘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 내 목소리를 기다리는 청중이 있는 한 계속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에도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알지만…"이라고 받아넘겼다.

도밍고는 테너뿐 아니라 올해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바리톤의 배역인 동명(同名) 주연을 소화했다. 또 지휘만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과 워싱턴 국립 오페라 극장을 이끄는 음악 행정가이기도 하다. 그는 "나 자신의 예술적 경력만이 아니라 특히 개인적으로는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데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책임을 맡고 있는 워싱턴 국립 오페라 극장의 '젊은 예술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소프라노 이지영이 데뷔했으며, 이지영은 13일 무대에서도 도밍고와 호흡을 맞춘다. 도밍고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소프라노 이지영과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Jenkins) 등 함께 무대에 서는 후배 가수들을 먼저 입장시키고 발언 기회를 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는 오는 3월 도밍고의 이 극장 데뷔 40년과 극장 125주년을 함께 축하하는 성대한 갈라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히트곡, 그리고 한국 가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밍고는 "깜짝 선물은 깜짝 선물일 뿐이다. 내일 무대를 기대해 달라"며 자세한 말은 아꼈다. 공연 주최측은 도밍고가 〈비목〉 〈청산에 살리라〉 〈그리운 금강산〉 가운데 한 곡을 선사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라고 귀띔했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운데)가 13일 열리는 내한 공연 무대에 함께 서는 소프라노 이지영(왼쪽),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와 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운데)가 13일 열리는 내한 공연 무대에 함께 서는 소프라노 이지영(왼쪽),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와 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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