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전(前)국세청장에 상납 추정 '뇌물성(性)그림' 매물로 나와

입력 : 2009.01.12 03:17

화랑 "전씨 부인이 맡겨"

서울 평창동 G화랑에 걸려 있는 고(故)최욱경 화백의 작품‘학동마을’.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수뢰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군표(55) 전 국세청장이 청장 재임시절 뇌물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의 그림이 서울 평창동 화랑가에 나온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전 전 청장은 정상곤 2006년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인사 청탁 명목으로 현금 7000여 만원과 미화 1만달러를 상납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문제의 그림은 고(故) 최욱경(1940~1985) 화백이 그린 '학동마을'이라는 추상화이며, 현재 서울 평창동 G 화랑 응접실에 걸려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했으며, 가로 38cm, 세로 45.5cm 의 소품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 전 청장이 K갤러리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상납받았거나, 인사청탁과 관련된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G 화랑 대표는 "전 전 청장의 부인인 이모(50)씨가 작년 10월 직접 그림을 들고 찾아와서 '선물 받은 그림인데 돈이 급하니 가능한 한 빨리 팔아달라'고 맡겼다"며 "두 달 뒤인 작년 12월에 정식으로 판매 위탁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G 화랑 대표와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다.

G 화랑 대표는 "이씨는 평소에 자기 돈을 주고 그림을 사 모으는 컬렉터가 아니었다"며 "이씨가 시세를 모르길래 내가 '일단 5000만원에 팔아보겠다'고 하자 '덜 받아도 좋으니 빨리만 처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전 전 청장의 부인 이씨의 반론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최욱경 화백은 1980년대에 두각을 나타낸 추상화가로, 요절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는 작품에 따라 점당 1500만~3600만원에 거래된다. 2005년 K갤러리에서 작고 20주년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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