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건반… 10대(代)답지 않은 폭넓은 해석 빛나

입력 : 2009.01.12 03:17

'쇼팽 청소년 콩쿠르 1위' 조성진 리사이틀

아직은 연미복과 나비넥타이보다는 운동화와 청바지가 어울릴 법한, 중학교(예원학교) 2학년생. 하지만 건반 앞에 앉자마자, 의젓한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지난해 러시아 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1위 입상한 조성진(15·사진)군이 10일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첫 곡인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부터 건반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조성진은 섬세한 강약 조절로 현대 피아노가 지닌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나갔다. 경쾌한 속도전(戰)을 펼친 두 번째 곡 '쿠랑트(Courante)'와 서정적인 세 번째 곡 '사라반드(Sarabande)'가 뚜렷한 대비를 이뤘고, 마지막 곡 '지그(Gigue)'에서도 속도를 한껏 높였다. 자칫 음표가 뭉개질 위험이 커졌지만 명징하고 또렷한 건반으로 함정을 피해갔다.

뒤이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에서는 맑고 가벼운 톤으로 1악장을 연 뒤, 강약을 거세게 대조시켰다. 탄탄한 건반 터치와 색채감은 돋보였지만, 초반부 종종 등장한 미스터치가 아쉬웠다. 끝까지 긴장을 붙잡아둬야 할 때, 연주자가 먼저 조급해지면 실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나이 어린 피아니스트들에게 힘을 뿜어내야 하는 빠른 악장보다 더 힘든 것은 서정성을 가득 머금어야 하는 느린 악장이다. 조성진은 〈열정〉 2악장에서도 제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10대 소년으로 보기 힘든 탄탄한 건반과 폭넓은 해석은 마지막 연주곡인 리스트(Liszt)의 〈순례의 해〉 가운데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판타지'에서 다시 빛났다.

임동민·동혁 형제와 손열음·김선욱·김태형·김준희 등 젊은 피아니스트 대열에 또 한 명의 연주자를 등재하게 됐다.

금호 영재 콘서트 시리즈는 피아니스트 조준휘(1월 17일), 오동규(31일), 첼리스트 최하영(2월 7일) 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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