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뒤죽박죽 사랑에 히죽히죽 웃네

입력 : 2008.12.25 03:20

극단 여행자의 연극 '십이야''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Twelfth Night·연출 양정웅·사진)에서 사랑은 뒤엉킨다. A는 B를 사랑하는데 B는 A가 전령사로 보낸 C에게 첫눈에 반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희극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리어왕》이 비극의 최고봉이라면 희극으론 《십이야》라는 평도 있다. 과녁을 벗어난 어지러운 사랑의 혼돈을 정리하는 경쾌한 극작술 때문이다.

연극은 쌍둥이 남매 청가시(김상보)와 홍가시(김지연)가 풍랑을 만나 헤어지는 장면으로 열린다. 홍가시는 남장(男裝)을 한 채 권력자인 산자고(김준호)의 시중으로 들어간다. 산자고는 섬초롱(강정임)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홍가시를 사랑의 메신저로 보내지만 섬초롱은 맙소사, 홍가시에게 구애를 한다. 짝사랑하는 산자고에게 사랑을 줄 수도 없고 섬초롱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 홍가시는 괴롭다.

붉은 꽃밭을 배경으로 쓰는 무대는 텅 비어 있다. 한쪽 구석에 앉은 가수(전중용)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다 이따금 끼어들어 훈수를 둔다. 경쟁 붙은 사랑은 무대에서 칼과 칼이 부딪치는 검투로 표현된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한국화시켜 본고장 영국에서 호평받았던 양정웅은 《십이야》에서도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고 권총과 헬멧을 등장시키는 등 현대적인 해석으로 나아간다.
뒤죽박죽인 사랑 풍경에 객석에는 웃음이 출렁였다. 쌍둥이로 인한 오해, 남장, 필체를 흉내낸 편지 같은 장치들이 겹겹의 연극성을 만들었다. 정해균 장현석 박소영 등 여행자 간판 배우들이 조연으로 참여해 희극성을 끌어올렸다. "저도 누가 제 생각대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께 준 걸 어떻게 그분께 또 줘요?" 같은 홍가시의 대사도 귀에 쏙 들어온다. 노래의 쓰임새에 비해 배우들의 가창력이 너무 평범했다. 의도된 것이었을까.

쌍둥이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는 고대 로마의 희극 《쌍둥이 메내크미》부터 숱하게 써먹은 연극적 장치다. 꼬인 실타래는 헤어진 쌍둥이가 한 공간에 등장해야 풀린다. 《십이야》도 청가시와 홍가시가 만나면서 여럿이 제짝을 찾는다. 너무 똑똑해서 또는 바보 같아서 벌어지는 소동이 정겹다.

▶1월 11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 (02)3673-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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