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분장 해도 관객들이 알아봐요"

입력 : 2008.12.22 04:29

발레리노에서 뮤지컬배우로 변신한 유회웅

유회웅은“무대에서 정신없이 뛰다 보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표정만은 환하게 웃는다”고 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유회웅(25)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립발레단의 발레리노였다. 개성 있는 무용수로 주목받았지만,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개막한 뮤지컬 《캣츠》에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로 출연하면서 전혀 다른 무대 경험을 하고 있다. 대사·노래 한 마디 없이, 춤과 동작만 있는 배역인데도 열성 팬까지 생겼다. 알아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고양이 분장을 두껍게 하기 때문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텐데, 용케 알아보세요. 사이월드에서 1촌 맺자고 연락 주시는 분도 많고요."

미스토펠리스는 악당에게 납치당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를 마법으로 구출하는 역이다. 유회웅은 10분 넘게 뛰고 구르면서 오직 몸으로 혼자만의 무대를 펼쳐나간다. 제자리에서 서른 바퀴 넘게 회전하는 '푸에테' 동작으로 마무리하면, 관객들의 박수 갈채는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초긴장 상태다. "평평한 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발레와 달리 캣츠 무대는 바닥이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균형을 잡는 게 항상 힘들지요."

유회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본 국립발레단의 《해적》에 반해 발레를 시작했다. 무용원 졸업과 함께 국립발레단에 들어가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했다. 국내 최고의 발레단을 박차고 나와 뮤지컬에 뛰어든 이유를 그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했다. "제가 좀 끼가 있나 봐요. 발레도 《카르멘, 백스테이지》처럼 개성 있는 모던 발레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순수예술인 발레에서 상업극인 뮤지컬로 뛰어든 것을 주변에선 '변절'이라고 비판하진 않았을까. 그는 "발레를 완전히 그만둔다고 생각했으면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게 아니기 때문에…"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도 "다른 세계를 많이 경험해보고 다시 발레로 돌아오라"고 격려해줬다고 한다. 유회웅은 이번 학기에도 모교인 무용원에서 강의를 맡았고, 내년 3월에 올릴 무용 공연 안무를 맡는 등 안무가로도 뛰고 있다. 《캣츠》에는 국립발레단 주역이었던 정주영과 무용수 출신 백두산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 '삼총사' 덕분에 앙상블의 무용 수준이 몇 단계 뛰어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공연은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 극장. 문의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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