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2년 앞을 준비하는 세계 교향악단 2주 앞도 알수없는 국내 교향악단

입력 : 2008.12.18 03:32
새 시즌이 시작되는 매년 9월이면 뉴욕 필하모닉은 공연 계획을 알리는 대대적 홍보에 들어간다. 놀라운 건 그 해가 아니라 그 다음 시즌의 공연이라는 점이다. 2008년 가을에는 2009~2010년 시즌의 연주 곡목과 지휘자, 협연자 명단까지 뉴욕 타임스 한 면을 털어서 자세히 광고했다. "미리 팔고, 묶어서 팔고, 할인해서 파는" 오케스트라의 선진 마케팅 전략이다.

'오케스트라 최강국' 독일의 베를린 필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다음 시즌의 프로그램 특징과 지휘자·협연자까지 알려주는 두툼한 안내책자를 공연장 주변에 배치한다. 음악회를 찾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거나 회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오케스트라의 실정은 '낙제점'에 가깝다. 불과 2주 뒤면 새해가 시작되지만, 국내 정상급 악단인 KBS 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의 내년 공연 일정은 17일 오전 현재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다.

당장 KBS 교향악단 홈페이지에서 다음달 일정을 찾아봐도 공연 소식도 없고, 서울시향 역시 내년 1월 2일 신년 음악회만 달랑 공지하고 있을 뿐이다. 내년 전체 일정을 이미 공고하고 패키지 제도까지 도입한 국내 공연장(LG아트센터)이나 민간 기획사보다도 더디다. 서울시향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조차 "일본 교향악단들은 2~3년 앞을 내다보고 일하는데, 우리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할 정도다.

악단 측에서는 '전용 콘서트 홀 부재(不在)'를 이유로 든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는 신세이다 보니, 일찌감치 공연 일정을 잡기 힘들고 지휘자·협연자 섭외도 더불어 늦다는 것이다.

하지만 런던 최대 복합 공연장인 바비칸 센터는 런던 심포니·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또 다른 연주장인 사우스 뱅크 센터는 런던 필하모닉이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얼마든지 다양한 제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낸다. 공연장은 무대를 제공하고, 악단은 그 알맹이를 채우면서 상생하는 것이다.

국내 교향악단의 늑장 서비스 때문에 관객이 불만을 갖고, 다시 그 피해가 티켓 판매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국내 음악계에서는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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