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음 연쇄 폭발… 인체 무해(無害) 100분

입력 : 2008.12.13 03:05

연극 '마리화나'

연극《마리화나》에 내관으로 출연하는 오달수. /바나나문 프로젝트 제공
웃음이 연쇄 폭발했다. 희극에 대한 심리적 방어벽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100석 소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몸을 앞뒤로 흔들어댔다. 연극 《마리화나》(고선웅 작·연출)는 불쾌하지 않은 코미디다. 마방진극공작소가 내건 '마술적 사실주의'가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배우들도 연출도 신나게 작업했겠구나' 하는 느낌은 속일 수 없다. 연극동네에서 그것도 마술이라면 마술이다.

"공연 중에 피우는 마리화나는 인체에 무해하니 경계를 놓으시지요." 《마리화나》를 보러 간 관객은 입장하면서 이런 안내문을 만난다. 1436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나인' '환관' '소주방' 등 드라마 이해에 필수적인 옛말들까지 설명해준 뒤 막을 연다.

서로 말을 놓는 내관 용보(오달수)와 왕세자(이영수)는 "햇수로 몇 년간 연애질한 막역한 사이"로 몽혼초(마리화나)를 나눠 피운다. 왕세자의 눈 밖에 난 봉빈(김선화)은 궁녀 소쌍(채국희)을 앉혀놓고 《카마수트라》 방중술을 시도하며 시름을 달랜다. 성(性)과 계급을 뛰어넘는 애정 관계가 뒤엉킨다.

용보가 개발·변형시킨 윗몸 일으키기, 여장(女裝)한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 "이런 막무가내를 봤나?" "그것이 부재(不在)하지요" 같은 말투, 소나무 미니어처나 절굿공이를 이용한 연극성 등이 웃음의 재료다. 용보와 부귀(김영철), 두 내관이 밀쳐내면서도 잡아당기는 것 같은 애증의 파드되(2인무)를 출 때 폭소는 극점에 달했다. 하지만 "말이 화나(마리화나)?" "허리 업!" 등의 말장난에는 객석 반응이 시큰둥했다.

지난해 초연에 비해 정돈됐다. 조명의 역할이 줄었지만 의상과 무대에 들인 공이 보이고 희극성이 증폭됐다. 그러나 러닝타임은 여전히 좀 길게 느껴진다. 오달수 같은 인기 배우가 등장하지 않아도 오래 갈 연극이라서 믿음직스럽다. 인생이 담긴 작품은 아니지만 100분짜리 오락으로는 충분하다.

▶내년 1월 24일까지 서울 성균관대 앞 마방진극공작소. 봉빈은 서주희·김선화가, 왕세자는 조승연·이영수가 나눠 맡는다. (02)764-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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