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게 할 공연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입력 : 2008.12.13 03:05

피아니스트 김선욱, 내년 1월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
소프라노 에마 커크비, 피아니스트 키신 리사이틀 등 이어져

2008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공연은 무얼까, 내년 우리를 설레게 할 연주는 무얼까. 음악가와 애호가, 칼럼니스트와 방송 진행자 등 10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올해의 공연들

먼저 지난 10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오스트리아의 명문 실내악단 하겐 4중주단의 내한 연주회를 꼽은 사람이 많았다. "현악기 4대의 음색과 음량이 마치 한 악기처럼 서로 일치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최은규), "우아한 해석과 명민한 리듬, 완벽한 앙상블을 만끽할 수 있었다"(김문경)는 평이었다.

11월에 왔던 베를린 필하모닉(지휘 사이먼 래틀) 못지않게 새로운 강자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지휘 에사 페카 살로넨)의 10월 내한 연주에서 감동을 찾기도 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연주하며 발레 음악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풍부한 색채감과 날카로운 통제력을 과시한 지휘자 살로넨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황장원), "신선하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통해 스트라빈스키의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노승림)는 평이 있었다.
(왼쪽부터)지난 2월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지난 10월 내한한 하겐 4중주단. 2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 소프라노 에마 커크비. 내년 내한하는 게리 쿠퍼(포르테피아노₩왼쪽)와 레이철 포저(바이올린). 내년 1월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그래픽=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왼쪽부터)지난 2월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지난 10월 내한한 하겐 4중주단. 2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 소프라노 에마 커크비. 내년 내한하는 게리 쿠퍼(포르테피아노₩왼쪽)와 레이철 포저(바이올린). 내년 1월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그래픽=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실내악과 독주(獨奏)에서는 최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음반을 완성한 안드라스 시프의 지난 2월 리사이틀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니고 있는 표현력과 색채를 한껏 보여준 연주"(이준형),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바흐(Bach)부터 꼼꼼하게 연구한 흔적이 역력한 베토벤까지 예술 세계의 정점에 서있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전상헌)고 했다.

"3시간 넘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을 완벽한 자신감으로 소화해낸"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의 9월 무대(신수정)와 "변주곡과 왈츠라는 예술적 프로그램에 자신의 개성을 오롯하게 녹여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의 6월 리사이틀(양성원)도 많은 연주자의 가슴에 남았다.

올해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곡가의 피아노 작품을 "예술적 뚝심과 성실성으로 답파한" 피아니스트 박휘암의 전곡 연주회(이대욱)와 "엇비슷한 프로그램 구성에서 벗어나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협주곡〉과 〈카프리치오〉 등 20세기 레퍼토리를 과감하게 시도한" 서울시향의 지난 3월 연주회(정준호)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내년의 공연

2009년엔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눈여겨볼 공연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내년 1월 한국을 찾는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지휘 마렉 야노프스키)의 무대가 우선 꼽혔다. "모처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과 함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베토벤 교향곡 5번 등 정통 교향곡의 독일 손맛이 궁금하다"(김문경)는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 BBC 뮤직 매거진에서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10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던 소프라노 에마 커크비의 2년 만의 내한 무대에도 관심이 쏠렸다. "바로크 성악을 통해 정서적 위로를 찾을 수 있을 것"(노승림), "가발을 쓰거나 짙은 화장으로 바로크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순수한 정취를 선보일 것"(양성원)이라는 예감이다.

작곡 당시의 옛 악기와 연주법으로 바로크와 고전파 음악에 다가가는 당대 연주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내년 5월 공연이 잡혀 있는 레이철 포저(바이올린)와 게리 쿠퍼(포르테피아노)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회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음반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두 연주자가 실제 어울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황장원) "차갑다, 감성이 메말랐다, 앙상하다는 식의 시대 악기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씻어줄 것"(전상헌)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지난 2006년 첫 내한 당시 앙코르만 10곡으로 3시간15분의 '마라톤 연주'를 펼쳤던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두 번째 리사이틀(4월)도 "음악적 완성도 못지않게 또 얼마나 많은 앙코르로 얼마나 긴 공연이 될지"(최은규)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볼 것 같다"(정준호)며 내년 1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무대를 기다리기도 했다.

내년 5월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에서 열리는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 연주회, 내년 6월 LG아트센터로 잡혀 있는 다카치 현악 4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무대도 "국내외 연주자들이 호흡을 맞추며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신수정)는 의견이었다.


※도움말 주신 분=음악 칼럼니스트 김문경, 음악 칼럼니스트 노승림, 피아니스트 신수정,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지휘자 이대욱, 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 인터넷 클래식 동호회 '슈만과 클라라' 운영자 전상헌, KBS 실황 음악회 진행자 정준호,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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