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부르는 것보다 함께 노래하는 것이 더 아름다워"

입력 : 2008.12.06 03:20

13·14일 내한공연 독일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의 한국 소년들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오페라시티 콘서트홀. 700여 년 역사의 유서 깊은 독일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9~19세의 소년 150여 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페터 슈라이어(테너)와 테오 아담(베이스 바리톤), 르네 파페(베이스) 등 당대의 명 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헨델과 모차르트,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성가(聖歌)와 크리스마스 노래들을 티 없는 음성으로 들려주자 1600여 명의 일본 관객도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서유럽의 소년 합창단들이 '보이 밴드'처럼 화려하고 말끔한 소리를 자랑한다면, 옛 동독 지역의 합창단들은 순수하고 소박한 정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산주의 시절, 교회가 안식처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에는 한국인 소년 단원 2명이 활동하고 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박재훈(16·사진 오른쪽)군과 알토 파트인 방지훈(10·사진 왼쪽)군이다. 방군의 아버지는 드레스덴 오페라 극장에서 테너 단원으로 노래하고 있어, 드레스덴의 '2대 음악 가족'인 셈이다.
소년 단원 모두 엄격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와 노래를 병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박군과 방군은 매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인근 크로이처 김나지움(중등과정)에서 수업을 받는다. 방과 후 오후에는 합창단 지휘자(칸토르) 로데리히 크라일레의 지도로 매일 2시간씩 연습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예배와 일요일 아침 예배마다 합창을 맡는다. '삶과 음악과 교육'의 공동체였던 옛 소년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셈이다. 방군은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군도 "혼자 부르는 것보다는 함께 노래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이 교회 합창단은 150여 명의 단원 가운데 36명을 선발해서 투어를 갖는다. 이 10대 소년들은 외국 연주 여행이 너무 즐겁다는 표정이다. 해외 연주 경험을 묻자 "브라질, 아르헨티나, 유럽, 일본,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는 13·14일에는 성가곡과 크리스마스 곡들로 한국을 찾는다.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14일 오후 5시 고양어울림누리.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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