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힘

입력 : 2008.11.17 13:58

강부자 주연의 연극 '오구'

연극 '오구'의 배우 강부자 씨.
연극 '오구'의 배우 강부자 씨.

해학과 풍자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어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꿈속에서 저승사자와 남편을 본 노모는 죽음을 예감하고 저승 갈 준비를 해야겠다며 아들에게 오구굿(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무속 의식)을 해달라고 떼쓴다.

미신이라며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던 아들은 결국 노모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모두가 흥겨운 한바탕 굿판이 벌어진 후 “나 갈란다” 한마디만 남긴 채 쓰러진 노모. 아들은 돌아가신 노모를 염습하고 장례 치를 준비를 한다. 어느덧 초상집으로 변한 노모의 집은 다양한 장례의 풍경이 펼쳐지고, 밤이 지난 뒤 산 자들의 활기찬 배웅을 받으며 노모는 먼 길을 떠난다.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소재를 한국적인 굿의 제의 형식으로 풀어낸 '오구'는 죽음의 비극성과 고통을 희화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하며 한국적인 비극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죽은 자를 위한 굿판과 초상집에서는 살아있는 자들의 생동감과 활기가 느껴진다.

마지막 상여행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대중가요 ‘잘 가세요’. 그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르며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은 자못 신선하고 유쾌하다. 그렇게 작품은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굿과 장례는 죽은 자들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지만 산자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부자, 무대를 채우는 그녀의 카리스마


강부자의 '오구'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공연 때마다 관객들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것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강부자’가 있기 때문이다. 노모의 역을 몸에 딱 맞는 옷처럼 걸친 강부자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공연장을 압도하며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어머니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감동과 재미로 풀어내는 이윤택의 연출력이 결합되며 온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네 삶의 한 마당이 펼쳐진다.

강부자의 '오구'

기간 : 11.22(토) 15:00, 19:00
장소 :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문의예매 : 031.790.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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