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홍지민

입력 : 2008.11.03 09:55   |   수정 : 2008.11.05 13:36

가수 꿈꾸며 ‘백수’ 3년 전단지 돌리며 버텼죠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시선과 사랑을 받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SBS드라마 ‘온에어’에서 이혜경 대표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홍지민(33)씨는 요즘 뮤지컬 ‘제너두’(11월 23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출연 중이다. 8명의 뮤즈 중 맏언니 멜포메네 역을 맡았다. 지난 10월 10일 홍씨를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신화 속 여신 키라와 예술가 지망생 쏘니의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비극의 여신 역이에요. 그렇지만 정말로 비극은 아니에요. 중간중간 재미있는 요소로 코믹하게 극을 이끌어가죠.”


홍씨는 대학(서울예대) 선배이자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표인봉씨에 대해서 굉장히 차분하고 꼼꼼한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 무대 리허설 할 때는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져요. 막말이 나올 정도로요. 그런데 표 선배는 화가 나면 날수록 높임말을 쓰더라고요. 정말 의외였어요. 하지만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그녀는 대학 졸업 후 1996년 서울예술단에서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뮤지컬 경력만 10여년에 이르지만 원래는 연극을 하고 싶어 마산에서 상경했다고 했다. “아주 어릴 적 꿈은 가수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유리동물원’이란 연극을 처음 봤는데 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래서 고2 때 이 연극을 공연했던 지방극단 ‘마산’에 들어갔어요.”
연극영화과 진학에 실패한 직후에는 잠시 유치원선생님으로 ‘외도’를 했다. “당시에는 연극영화과가 있는 학교가 몇 안됐어요. 전기에 떨어지면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죠. 그때 선생님이 ‘일상에서 노래하고 구연동화 하면서 가장 연극배우처럼 살 수 있는 게 유치원선생님’이라며 저를 창원전문대 유아교육과에 보내셨어요.”


하지만 교생실습을 끝으로 홍씨는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교사 자격증도 나왔고 유치원 배정만 앞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아,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소명을 가지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상경 후 서울예대에 합격했고 그녀는 정말 열심히 캠퍼스 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모범생들은 졸업 후 극단 목화에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었어요. 저도 그럴 생각이었죠. 마지막 학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뮤지컬을 보고 달라졌지만요. 일주일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뮤지컬 ‘제너두’의 홍지민씨

홍씨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에 다른 과 수업을 들으며 춤과 노래를 트레이닝 받았다. 그리고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이전까지는 저 같은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을 뽑지 않았다고 해요. 이례적이었죠.”


단원으로 4년째 활동하던 중 그녀에게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가수 제의가 들어왔다. “저는 춤과 노래가 준비돼 있기 때문에 음반이 3개월이면 나온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음반이 안 나오는 거예요.”


인기 가수로 성공하고 뮤지컬계에 금의환향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 3년이라는 시간이 홍씨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적은 나이도 아니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먹을 게 없어서 강아지 통조림까지 먹고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집에는 손 벌리기 싫어서 연락도 안 했고요.”


힘든 시기를 보내던 홍씨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것은 대학교 탈춤 동아리 선배였다. “그 선배가 홍록기씨를 소개시켜주셨고 ‘록키호러픽처쇼’ 오디션을 봤어요. 합격해서 다시 뮤지컬 배우가 됐죠.”


이후 ‘루나틱’ ‘넌센스 잼보리’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갔다. “제 공연을 본 방송국 PD분이 방송 출연을 제의하셨어요. ‘조선에서 왔소이다’ ‘비포&애프터 성형외과’ 등에 출연했는데 시청률은 좋지 않았죠.”


그녀가 TV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었다. “뮤지컬을 잘 모르시는 데다가 지방에 계셔서 제 연기를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는 무조건 TV에 나왔으면 했어요. 우리 딸 TV에 나왔다고 친구분들에게 자랑도 해야 했고요. 예전부터 TV에 나오라는 말을 그냥 넘겨서 들었는데, 어느 날 제사 지내러 마산에 내려갔다가 엄마가 새벽에 정화수를 떠놓고 비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무조건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결혼 3년차 주부인 홍씨는 KBS ‘비타민’에서의 이미지처럼 ‘불량주부’는 아니라고 한다.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도 잘한다. “남편과는 살사바에서 만났어요. 작품 쉴 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살사댄스를 배우러 다녔죠. 하루는 선생님과 살사바에 갔고, 동호회 사람들이랑 같이 그곳에 온 남편을 봤죠. 서로가 첫눈에 반했어요.”


당시 홍씨는 살이 빠져 몸짱이었다고 한다. “그때 정말 예뻤거든요. 머리도 단아하게 넘기고. 만난 지 3개월 만에 상견례를 하고 7개월 만에 결혼했죠. 이후 서서히 살이 쪄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니까 처음에 남편은 제가 아픈 줄 알았대요.”

뮤지컬 배우 이후의 홍씨 계획은 ‘교육자’다. 3녀 중 막내인데 언니들이 모두 대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홍씨도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만 남겨놓고 있다. “‘쥬크박스 뮤지컬이 주는 극적 효과와 비교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어요. 원곡을 그대로 유지한 ‘맘마미아’와 수정이 있었던 ‘와이키키브라더스’를 비교하고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알아보는 거죠.”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김소연 인턴기자·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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