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서울의 선택은?
주 5일제가 정착하면서 술자리 회식과 마찬가지로 평일 공연의 중심도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이동했다. 대형 공연과 알짜배기 연주회가 같은 날 피나는 경쟁을 펼치기 일쑤다. 6일도 마찬가지다. 서울시향(지휘 정명훈)은 영국 출신의 정상급 소프라노 케이트 로열(Royal)과 말러 교향곡 4번을 예술의전당에서, 프랑스 명문 현대 음악 단체 '앙상블 엥테르콩탕포렝'의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은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각각 갖는다.
英소프라노 케이트 로열 "맥줏집·호텔 안가리고 팝 불렀죠"
지난 2004년 언니의 결혼식 준비에 한창이던 영국의 소프라노 케이트 로열(Royal·29)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영국 명문 오페라 극장 글라인드본 무대에 당장 출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머니가 운전하시는 차에 올라타고 리허설 10분 전에야 겨우 도착했어요. 지휘자(블라디미르 유롭스키)와도 처음 인사를 나눴고, 급하게 분장을 마친 뒤 무대 위에 던져지다시피 했지요."
6일 서울시향(지휘 정명훈) 연주회에서 노래하기 위해 내한한 그녀는 인터뷰에서 "사실 친구들과 함께 흑맥주를 마실 때는 누구도 '장미'라고 부르진 않는다"며 웃었다. 로열은 "오페라 가수라고 하면 신비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여느 젊은이와 다름없이 노래를 직업으로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열의 아버지는 팝 음악을 직접 쓰고 노래하는 싱어 송라이터(singer-songwriter)였고, 어머니는 무용수였다.
대중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은 그의 어릴 적 우상은 팝 가수 스티비 원더(Wonder)와 조니 미첼(Mitchell)이었다. 오페라 가수로 데뷔하기 전인 18세 때는 친구 2명과 재즈 트리오를 구성해서 3년간 노래를 불렀다.
그는 "호텔과 스포츠 클럽, 맥줏집을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섰다. 내 음색이 팝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긴 했지만,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7년 데뷔 음반을 내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로열은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4번과 모차르트의 〈구도자의 장엄한 저녁기도〉 K.339 등을 협연한다.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 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3700-6300

현대음악 리사이틀 강혜선 "욕 먹고 힘들어도 앞으로 나갈 것"
20여 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46)은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를 비롯해 여러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1993년 강혜선은 파리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임명됐다. 동양인 악장도, 여성 악장도 드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반 년여 만에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서로 맞질 않았다고 할까요. 바이올리니스트라기보다는 100여 명의 단원들 앞에서 '조용히 하라'고 말해야 하는 반장 역할과 같았어요."
독주자도, 오케스트라 악장 자리도 뛰쳐나온 그녀가 귀의한 곳은 '현대 음악'이었다. 이듬해 프랑스의 현대 음악 단체 '앙상블 엥테르콩탕포렝(Ensemble Intercontemporain)'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15년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 현대 음악의 거장이며 명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Boulez)가 창단한 현대 음악 전문 악단이다.
6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내한 리사이틀에서 그녀가 선택한 곡에도 낯익고 친숙한 고전 레퍼토리는 없다. 그나마 라벨(Ravel)의 1927년 작품인 〈바이올린 소나타〉가 가장 오래된 곡이며, 올해 100세를 맞이한 미국 작곡가 엘리엇 카터(Carter)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페트라시에 대한 감사〉, 핀란드 출신 작곡가 사리아호(Saariaho)의 〈녹턴〉, 홍성지(35)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섬광〉의 세계 초연까지 대부분 현존 작곡가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혜선은 2004년 루치아노 베리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005년에는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내년부터도 마르코 스트로파, 브루노 만토바니, 필립 마누리의 작품들을 초연할 예정이다. 그녀는 "편하게 제자리에 머물기보다는, 다소 힘들고 욕을 먹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 연주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강혜선 바이올린 리사이틀, 6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02)6303-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