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서울 2008 참가 작가 인터뷰 <2> 티노 세갈

그는 자기 작품을 '설정된 상황'(staged situations)이라고 부른다. 그는 작품 줄거리를 구상한 다음, 오디션을 통해 자기 작품에 참여할 선수들(palyers)을 뽑는다.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가 훈련시킨 선수들이 관람객에게 다가가 세갈이 미리 지시한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가령 이번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이는 〈이것은 교환이다(This Is Exchange ·2003)〉는 문자 그대로 '교환'에 대한 작품이다.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선수가 다가와서 "티노 세갈의 작품에 참여하시겠느냐"고 정중하게 묻는다. 관람객이 동의하면, 선수가 불쑥 시장경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답을 잘하면 입장료(6000원) 절반을 돌려준다.
옛 서울역사에서 선보이는 〈이것은 …에 대한 것이다(This Is About·2003)〉도 흥미롭다. 관람객에게 여러 작품을 보여주던 안내인들이 별안간 괴성을 내뱉고 땅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관람객이 기겁을 하면 안내인들은 유유히 털고 일어나 본래의 자기 역할로 돌아간다. "주체(관람객)와 객체(전시작품)를 교묘하게 뒤바꿈과 동시에 신들린 현대미술시장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라는 것이 주최 측의 알쏭달쏭한 설명이다.
세갈은 자기 작품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지 못하게 한다. 세갈은 선수와 큐레이터에게 "이런 식으로 진행하라"고 세세하게 지침을 일러주지만, 그것을 글로 써서 남기지는 못하게 한다. 자기 작품을 판매할 때에는 공증인 입회하에 작가가 직접 컬렉터에게 작품 내용을 세세하게 말로 일러준다. "이런 작품을 누가 사느냐?"고 묻는 것은 '실례'다.
세갈의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뿐 아니라, 바젤아트페어에서도 갈채를 받으며 고가에 판매됐다. 실체가 없는 행위에 불과하지만, 그는 작품마다 몇 점씩만 판매한다는 식의 '에디션' 개념을 충실히 지킨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지(紙)는 세갈의 첫 뉴욕 개인전을 소개하는 기사에 "만질 순 없어도 살 수는 있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하다 본지 전화를 받은 세갈은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꾸만 더 많은 물체를 만들어내는 시대, 다음 세대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엔 미술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작가들이 예술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입'을 얻기 위해 자꾸만 신작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 현대무용 안무가로 활동하다 미술로 길을 돌렸다. "새로운 물건을 자꾸만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예술을 계속하고, 수입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지금 내가 보여주는 작품이 내가 찾아낸 해답"이라고 했다. 전시는, 딱히 '전시'라고 부르자니 이상하지만, 1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02)739-7067
플랫폼 서울 2008
현대미술 전시기획 전문회사인 사무소에서 조선일보사와 함께 준비한 비영리 미술축제다. 옛 서울역사·아트선재센터·갤러리예맥·갤러리선컨템포러리·국제갤러리·두아트서울·PKM갤러리·웨이방갤러리·송원아트센터·원앤제이갤러리·가갤러리·쇳대박물관 등 국내 정상급 상업화랑과 미술관 12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옛 서울역사와 아트선재센터를 제외한 모든 전시장이 무료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02)739-7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