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관현악 전쟁' 펼쳐져… 군대 온 것 같아요"

입력 : 2008.10.16 03:23

런던 필 부수석으로 입단한 김정민씨

런던 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입단한 김정민씨. 리허설 도중 동료 단원이 그의 연습 모습을 촬영했다. /런던=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서울시향 때도 쉽지 않았지만, 여기 오니 정말 군대 같네요."

올 시즌 런던 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부(副)수석으로 입단한 김정민(30)씨는 그날 저녁 도킹(Dorking) 지역 연주를 위해 바이올린 가방을 챙겨서 워털루 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하던 그는 오디션을 거쳐 런던 필하모닉 부수석으로 임명됐다.

그는 "매주 정기 연주회 두 번은 물론, 학교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와 지역 연주까지 4~5차례의 빡빡한 연주 일정으로 움직인다. 리허설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런던 심포니와 런던 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BBC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까지 정상급 오케스트라 5곳이 매주 치열한 '관현악 경쟁'을 펼치는 곳이 런던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의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특징도 많다. "우선 하루도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하지 않아요. 1주일에 4~5번씩 연주하면서도 매일 다른 곡을 연주하는 거죠."
바비칸 센터와 로열 페스티벌 홀 빼놓고는 공연장도 많지 않은데 5개의 교향악단이 포진하다 보니 곡목부터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만 리허설한 뒤에 곧바로 무대에 서는 일이 다반사인 이유다. 그는 "시키면 곧바로 해내는 곳이 여기다. 악보를 처음 읽고서 곧바로 해석하고 연주하는 초견(初見) 능력이 무척 뛰어난 반면, 다들 부족한 리허설 시간에 쫓기다시피 사는 것이 항상 아쉽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의 보조에 의존하는 유럽형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영국에선 단원 자치의 전통이 강하다. 악단 대표도 단원들 사이에서 선출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입단한 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액면가 2파운드 가량의 증서를 받게 된다. 달랑 종이 한 장뿐이지만 그때부터 악단의 어엿한 주인이 된다는 뜻"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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