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발레가 숨을 쉬는 순간

입력 : 2008.10.15 09:10

유니버셜 발레단의 '모던발레 프로젝트'

사진=유니버셜발레단
사진=유니버셜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LG아트센터가 공동 주최한 '모던발레 프로젝트'가 무대에 오른다. 한스 반 마넨, 윌리엄 포사이드, 크리스토퍼 휠든의 안무가 이름이 한층 주목을 끈다.

여기서 관심의 초점은 단연 윌리엄 포사이드의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이하 in the middle…)에 모아질 것이다. 윌리엄 포사이드는 20세기 발레 역사의 지형을 변경한 안무가 중 한 사람으로 그가 거론될 때마다 회자되던 작품이 바로 'in the middle…'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갈라 공연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이 파드되를 선보인 적은 있으나 국내에서 28분 전막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나아가 국내 무용수가 도전하는 무대인지라 더욱 흥미롭다.


고전발레 어휘의 전복, 에너지를 찾아라

'in the middle…'은 1987년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 감독 루돌프 누레예프가 포사이드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컨템퍼러리 발레의 대표작이다. 마스터피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전발레어휘의 전복’이다.

이는 발레에 현대 동작을 직접적으로 접목시킨 모던발레와 다르다. 발레에서 요구하는 기본 원칙을 과장하거나 변형하여 완전히 새로운 구성과 형식의 발레동작을 만들거나 관객이 아찔한 불안을 느낄 정도로 한계를 넘어선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한다.

특히 토슈즈로 인해 과장된 동작이 주는 불안정함은 더욱 강렬하며 이러한 긴장감에서 관객은 고전에서 경험하지 못한 낯선 감각을 발견한다. 20년이 지나버린 지금, 포사이드 작품은 이미 트렌드가 되었지만 1987년 그 당시의 센세이션은 당연한 결과였다.
새롭게 구현된 감각은 우리에게 다음을 질문하며 그 답을 찾도록 유혹한다. 발레의 기본원리들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우리는 무용수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발레는 아름다움에 파묻힌 동작어휘 속에서 숨겨진 에너지를 구하는 작업인 것이다.

톰 윌리암스의 우레와 같이 공기를 가르는 전자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무용수는 거만한 태도와 강렬한 동작을 대조시키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러한 대립 에너지는 무대세트에서도 드러나는데, 초연 당시 무대 중앙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금색 체리는 극장규모가 관객을 압도하는 가르니에 극장과 대립했다. 움직임, 음악, 무대 세트가 분출하는 대립된 긴장감이야말로 관객을 흡입하는 니코틴 역할이 아닐까.

사진=유니버셜발레단
사진=유니버셜발레단

생각대로 보면 된다?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

포사이드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작품으로 안무했을 정도로 세계를 사유하는 방법을 무용에 적용시키는 데 흥미를 갖고 있다. 평론가들은 그의 발레를 현대철학용어 ‘해체(deconstruct)’를 사용하여 설명하기도 하는데, 스스로는 폴 드만의 해체 개념이 안무철학을 설명하는데 용이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다. 관객 자신의 생각대로 보면 된다. 특화된 이미지에 빠져들거나 급변하는 스피드에 현혹되거나 동작의 긴장감을 사유하는 등 관객의 입맛 따라 28분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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