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한국의 미소' 에 유럽관람객 환한 웃음

입력 : 2008.10.11 03:10   |   수정 : 2008.10.11 04:41

'벨기에 한국페스티벌 ' 개막

9일 오후 7시(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한복판의 종합예술기관 보자르(BOZAR) 예술센터 정문 옆에 현대 '싼타페'와 기아 '시드'의 새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현관에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 10여 명이 청사초롱을 들고 입장객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벨기에 한국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가 꼬리를 물고 들어섰다. 로비에 걸린 대형 포스터에선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은은한 미소로 그들을 맞았다.

7시15분, 중앙홀은 1200여 명의 입장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른쪽 벽에 설치된 백남준의 대형 비디오 아트 작품 〈백팔번뇌〉와 정면 계단 위 석굴암 본존불의 거대한 복제품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은 개막식이 끝나자 순식간에 특별전 《한국의 미소》가 열리는 2층 전시실로 몰려들었다.
9일 오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예술센터에서 열린‘벨기에 한국페스티벌’개막식에서 현지 언론인들이 보물 338호 신라 금령총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예술센터에서 열린‘벨기에 한국페스티벌’개막식에서 현지 언론인들이 보물 338호 신라 금령총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개막한 한국페스티벌은 한국의 문화예술을 유럽에 소개하는 대규모 이벤트다. 지난해 5월 한국·벨기에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추진된 이 행사에 벨기에 정부가 32억 원, 우리 정부가 21억 원을 지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 중 이렇게 큰 규모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페스티벌을 통해 지난 60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저력이 그 고유한 문화에서 나왔음을 느끼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개막식에는 올리버 샤스텔(Chastel) 벨기에 외교담당 국무장관,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양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5개월 동안 이어지는 이 행사는 문화재 전시와 설치미술(김수자), 사진(배병우), 건축(승효상), 국악(국립국악원), 무용(김금화), 연극(극단 여행자), 영화(김기덕·이창동), 문학(황석영·김영하), 비보이 공연까지 실로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한류(韓流)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EU본부와 NATO를 비롯해 120여 개의 국제기구가 있는 유럽의 대표도시 브뤼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부 차원의 한국 문화 전파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 개막한 《부처의 미소》전시는 해외에서 열린 불교전시 중 최대 규모다. 얀 반 알펜(Van Alphen) 보자르 예술센터 큐레이터는 "한국 미술은 포근한 인상을 주고 생활에 밀착했다는 점 등에서 중국·일본과 분명히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을 유럽 관객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국립국악관현악단(단장 황병기)의 개막 공연도 열렸다.


 

2008년 10월 9일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예술센터에서 열린 '벨기에 한국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 연주를 펼쳤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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