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신영옥, 새 음반 친숙한 곡들로 채워

최근 워너 뮤직을 떠나 유니버설 뮤직에 둥지를 튼 조수미는 세계 각국의 서정적 노래 16곡을 모아 〈미싱 유(Missing You)〉라는 음반에 담았다. 이적(移籍) 후 첫 음반으로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코사크 자장가' '엄마야 누나야' 등 어릴 적 즐겨 부르거나 들었던 노래들을 모았다.
조수미는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다니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어머니가 계신 우리 집이다. 그 설렘과 그리움을 노래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오페라 창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노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영화 《일요일엔 참으세요》에 나왔던 〈피래우스의 아이들〉은 모던한 재즈 분위기로 소화했고, 〈도나 도나〉는 바로크 스타일을 차용한 뒤 샹송의 내음을 살짝 얹었다.

조수미는 "러시아 노래 〈코사크 자장가〉를 부른 뒤에 동료 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에게 보냈더니 '영하의 추위 속에서 어머니를 그리는 러시아 장병의 서글픈 눈물을 담은 곡인데 너무 섹시하게 불렀다'고 혼났다"며 웃었다.
녹음 중에 가장 까다로웠던 문제는 역시 언어다. 불어·스웨덴어·그리스어·이디시(Yiddish)어·러시아어·스페인어·노르웨이어 등 무려 11개 언어를 소화했다. 조수미는 "세계 각국의 문화원에서 과외까지 받아가면서 연습했지만 때로는 '내가 뭐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소프라노 신영옥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 실렸던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편지의 이중창〉과 영화 《샤인》 삽입곡인 비발디의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등 영화 덕분에 더욱 가까워진 13곡을 골랐다. 음반 이름도 《시네마티크》다.
신영옥은 "영화 《파리넬리》에 실렸던 〈울게 하소서〉처럼 좋은 곡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선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추려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가운데 〈꽃의 이중창〉처럼 단골 레퍼토리도 있지만, 영화 《아웃 오브 아메리카》에 실렸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과 같이 기존의 기악곡을 성악으로 바꿔 부른 곡도 있다.
그는 "클라리넷의 음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모차르트 스타일에 맞추려 하다가도 불쑥불쑥 이탈리아 오페라의 화려한 창법이 튀어나와서 웃었다"고 말했다.
관객 앞에서 노래해야 하는 성악가에게 대중성은 놓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말년에 크로스오버(crossover)를 남발했던 파바로티처럼 때로는 지나치게 손쉬운 길을 고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두 소프라노는 어떤 생각일까.
"팝을 부른다고 해도 음색부터 오페라가 나오게 마련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처럼 고전적 아름다움을 높이 사지만, 뮤지컬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신영옥)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장르가 아니라 열정이다. 3~4년에 한번쯤은 팬들에게 바캉스를 선사하는 기분으로 부르려 한다."(조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