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9 16:41

[OSEN=박희진 기자] 극작가 윤영선이 세상을 떠나고 1년여 만에 그를 추모하는 ‘윤영선 페스티벌’이 지난 18일 부터 두 달 여간 정보소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고인이 된 윤영선 작가의 연극 인생에 든든한 토양이 되어 주었던 후배들의 주축으로 준비되었다. 2007년 8월 간암으로 별세한 윤영선 작가는 살아생전 연극계의 ‘괴짜’라 불렸던 극작가, 연출가, 학자이자 인간의 고독과 존재의 외로움, 소통의 문제를 끊임없이 자신만의 연극세계로 추구해 온 연극계의 ‘시인’이었다. ‘제 1회 윤영선 페스티벌’은 작가의 재치와 섬세함이 잘 묻어나면서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는 ‘여행’ ‘키스’ ‘임차인’ 등의 작품을 통해 그의 열정적인 연극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는 뜻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연극 ‘여행’
페스티벌의 첫 번째, 연극 ‘여행’은 그의 화려한 수상경력이 높은 완성도를 말해주는 연극으로 따뜻한 작가의 맘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친구의 부음으로 모인 5명의 중년은 어린 시절 기억마저 흐리다. 돈독해보이던 그들의 우정은 개별적인 기억들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썰렁하기만 하고 실종되어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기택의 당당하고 뻔뻔스런 등장을 통해,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1박 2일의 짧은 여정은 익살스럽게 매조지된다.
■ 연극 ‘키스’
페스티벌의 두 번째, 연극 ‘키스’는 둘이 하는 키스, 혼자 하는 키스, 여럿이 하는 키스로 구성된 실험적인 작품으로 연출가 김동현, 남긍호, 채승훈이 맡아 다양한 키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97년에 초연되어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라는 대사의 반복과 변주로 사랑의 외로움을 드러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쉴 새 없이 움직여 말하는 입술, 말을 할수록 그 지시함의 공간과 의미가 균열되고 균열은 갈등을, 갈등은 분리를, 분리는 고독을 빚어 그들은 슬프게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입술 그리고 나서야 두 입술은 키스로 만난다.
■ 연극 ‘임차인’
페스티벌의 세 번째, 연극 ‘임차인’은 작가이자 연출가였던 윤영선이 창조해낸 가장 연극적인 연극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치밀한 구성과 특유의 화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인 연극의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4가지 이야기로 전개되는 단편드라마를 모아놓은 것 같은 극이 ‘삶의 회의, 잃어버린 추억, 삶의 고통’과 연관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무대디자이너 손호성, 조명디자이너 김창기, 의상디자이너 장혜숙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대거 참여한다. ‘윤영선’의 명성과 그의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연극다운 연극을 보여줌으로써 먼저 세상을 떠난 대작가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다.
jin@osen.co.kr
왼쪽부터 ‘여행’ ‘키스’ ‘임차인’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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