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9 03:16
'첼로의 달인' 비스펠베이

중간 휴식 시간만 2차례, 전체 연주 시간은 3시간10분….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과 첼로를 위해 작곡한 변주곡 3곡을 한 무대에서 모두 연주하는 건 체력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마라톤'에 가깝다. 네덜란드 출신의 명(名)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Wispelwey·46)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강행군에 나서면서 악보 없이 무대에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마땅히 놓여 있을 법한 악보가 사라지자 연주자의 시선이 자유로워졌다. 비스펠베이는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의 서정적인 도입부터 나긋나긋한 두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았다. 활의 움직임이 끝나는 대목에선 왼팔을 허공으로 천천히 치켜들며 자신의 연주가 어떠냐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연주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청중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 보내자, 연주회는 피아노와 첼로의 이중주뿐 아니라 연주자와 청중이 나누는 대화가 됐다.
현대 첼로와 바로크 첼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스펠베이와, 독주(獨奏)와 반주까지 거침없이 소화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Melnikov)의 조합에 이날 무대는 두 멀티 플레이어의 호흡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마땅히 놓여 있을 법한 악보가 사라지자 연주자의 시선이 자유로워졌다. 비스펠베이는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의 서정적인 도입부터 나긋나긋한 두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았다. 활의 움직임이 끝나는 대목에선 왼팔을 허공으로 천천히 치켜들며 자신의 연주가 어떠냐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연주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청중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 보내자, 연주회는 피아노와 첼로의 이중주뿐 아니라 연주자와 청중이 나누는 대화가 됐다.
현대 첼로와 바로크 첼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스펠베이와, 독주(獨奏)와 반주까지 거침없이 소화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Melnikov)의 조합에 이날 무대는 두 멀티 플레이어의 호흡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비스펠베이는 현대 첼로를 쥐고서도 바로크 첼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화장기 적은 맨얼굴'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전했다. 바로크 첼로 연주자 강효정씨는 "비브라토를 절제하고 활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청명하고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초반부 소나타 1·2번에서는 질주하듯 속도를 내려는 피아노와 한결 여유 있는 첼로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흐르기도 했지만, 마지막 곡으로 들려준 소나타 3번에서는 명징함과 기품이 고루 살아났다.
3시간여의 연주가 모두 끝난 뒤에도 보내기 아쉬운 듯 청중의 기립 박수가 끊이지 않자 비스펠베이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가운데 〈연인이거나 아내이거나〉를 주제로 베토벤이 작곡한 변주곡 가운데 일부를 앙코르로 선사한 뒤, 30여 분간의 사인회에도 응했다. 덕분에 저녁 7시에 시작한 연주회는 4시간 뒤인 밤 11시에 이르러서야 모두 끝났다. 악보에 대한 장악력과 바로크와 현대를 넘나드는 짙은 개성뿐 아니라 팬들에 대한 정성까지 보탠, 따뜻하기 그지없는 '첼로 마라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