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7 03:28
| 수정 : 2008.09.27 20:01
모스크바 말리 극장의 연극 '세자매'
막이 열리면 회전무대가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웅장하면서도 서글픈 러시아 왈츠가 흘렀다. 회전무대에 놓인 프로조로프가(家)의 집, 그리고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는 맴도는 시간 속에서 제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음악이 가라앉으면 묵직하게 괘종시계가 울었다. 어느 아침, 무대를 에워싼 자작나무숲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연극 《세자매》를 지배하는 것은 '시간'이었다. 드라마가 굴러가면 감긴 태엽이 풀리듯 회전무대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예정된 멈춤(끝)을 향해 망설임 없이 전진했다.
안톤 체호프가 쓴 이 장막극의 또 다른 주역은 '모스크바'였다. 모스크바에서 자란 세 자매와 오빠 안드레이는 군 장성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 시골로 들어온 지 11년째다. 모스크바를 그리워하는 세 자매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거듭 자기최면을 건다. 일찍 결혼한 둘째 마샤는 일상이 지루하고, 막내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의 진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럴수록 배반하는 게 인생이고 연극이다. 완벽하고 행복한 도시 모스크바는 그래서 닿을 수 없는 꿈일 뿐이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연극 《세자매》를 지배하는 것은 '시간'이었다. 드라마가 굴러가면 감긴 태엽이 풀리듯 회전무대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예정된 멈춤(끝)을 향해 망설임 없이 전진했다.
안톤 체호프가 쓴 이 장막극의 또 다른 주역은 '모스크바'였다. 모스크바에서 자란 세 자매와 오빠 안드레이는 군 장성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 시골로 들어온 지 11년째다. 모스크바를 그리워하는 세 자매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거듭 자기최면을 건다. 일찍 결혼한 둘째 마샤는 일상이 지루하고, 막내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의 진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럴수록 배반하는 게 인생이고 연극이다. 완벽하고 행복한 도시 모스크바는 그래서 닿을 수 없는 꿈일 뿐이다.
250년 역사를 지닌 모스크바 말리극장은 러시아 최고(最古)의 극장이다. 몇몇 배우들은 '그 배역을 사는' 연기를 보여줬다. 식탁 앞에서는 접시를 달그락거리며 실제 음식을 먹었고 빙판길 장면에서는 금방이라도 벌렁 나자빠질 것 같았다. 우리 국립극단과 달리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도 쩌렁쩌렁 극장을 울렸다. 배우들은 관객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도 풍경과 소리를 빚어냈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해오름극장 무대는 이 연극에 비해 너무 커서 드라마가 헐거워졌다. 인터미션(중간휴식) 뒤의 2막은 밀도가 떨어지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도 결말을 예감할 수 있었다. 체호프는 인생의 본질을 더 아프게 직시하면서, 관객이 받아들이게끔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삶이란 대개 바라는 반대 방향으로 아등바등 흘러간다는 것, 꿈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세자매》는 우리가 그렇게 남겨지더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연극은 해질녘 등장인물들이 정물화처럼 정지되는 장면으로 닫혔다.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6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해오름극장 무대는 이 연극에 비해 너무 커서 드라마가 헐거워졌다. 인터미션(중간휴식) 뒤의 2막은 밀도가 떨어지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도 결말을 예감할 수 있었다. 체호프는 인생의 본질을 더 아프게 직시하면서, 관객이 받아들이게끔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삶이란 대개 바라는 반대 방향으로 아등바등 흘러간다는 것, 꿈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세자매》는 우리가 그렇게 남겨지더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연극은 해질녘 등장인물들이 정물화처럼 정지되는 장면으로 닫혔다.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