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오늘 개막
무대를 비운 채 전기난로 하나가 조명(照明) 역할을 하는 연극도 있다. 또 거대한 세트를 러시아에서 공수해온 작품도 있다. 그러나 관객을 데우며 공간을 채우는 건 배우(무용수)의 호흡과 에너지다.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예술감독 김철리)가 1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한 달 동안의 화려한 막을 올린다. 해외 참가작 11편 가운데 《오셀로》 등 5편은 벌써 전회 매진됐고 《바냐 아저씨》도 솔드 아웃 초읽기에 들어갔다. 《체홉의 네바(Neva)》와 《돈키호테》는 객석이 다 팔리자 추가 공연을 만들었다. 이를 난이도에 따라 나눠보면…. ▶세부 공연 일정은 www.spaf21.com 참조. (02)3673-2561~4

무용으로는 영국에서 날아온 《으으으음…》(Mmm…)과 스페인의 《빠에야 믹스타》(Paella Mixta)가 있다. 연극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초청된 《돈키호테》를 추천한다. 마이클 클락 컴퍼니의 《으으으음…》은 록과 뮤지컬, 클래식을 넘나들며 춤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빠에야 믹스타》는 현대적인 플라멩코를 볼 수 있는 무대이고 《돈키호테》는 혼자 여러 가면을 번갈아 쓰며 연극이 배우 예술임을 증명하는 1인극이다.
한국 참가작에는 구(舊)서울역사에서 공연하는 《조선의 뒷골목, 이옥 이야기》와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이 있다. 《조선~ 》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비리 사건을 해학적 양식에 담은 풍자극이다. 시체의 뇌 속에 찍힌 영상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엘리베이터~ 》는 영상미와 그로테스크한 춤이 기대된다.


도전해보세요 ‘B코스’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연극 연습 현장을 비추는 《체홉의 네바》(칠레), 정교한 영상과 기괴한 소리를 배경으로 춤이 흐르는 퍼포먼스 《기이이익》(Geeeeek·일본)을 꼽을 수 있다. 김철리 예술감독은 특히 《체홉의 네바》에 대해 "옴짝달싹 하기 힘든 좁은 무대에서 배우 3명이 조명도 없이 전기 난로에 의존해 풀어간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추락 장면의 엔딩도 강렬하다. 《기이이익》에는 2004년 도요타 무용상을 수상한 안무가 히가시노 요코가 출연한다.
한국과 호주가 합작한 《잃어버린 풍경들》은 문명이 사라지고 소수만 살아남은 미래가 배경이다. 대사 없이 6명의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운다. 놀이로 극을 여닫고 창(唱)과 이미지로 희랍비극을 푼 극단 서울공장의 《두 메데아》도 도전해 볼만하다.


마니아 아니면 피하세요 ‘C코스’
러시아의 《바냐 아저씨》, 미국에서 온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난이도 높은 연극으로 분류된다. 《바냐 아저씨》는 거대한 세트를 들여오지만 극적 상황은 주로 집 밖, 무대 앞쪽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다. 러시아 황금마스크상을 여러 번 가져간 연출가가 체호프 희곡의 저류(底流)를 어떻게 길어 올릴지 궁금하다. 동화의 단순한 구도를 깨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잔혹한 장면이 있어 18세 이상 관람가다. 두 작품 다 매진 임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