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11 03:42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랑랑 협연
모차르트부터 영국 현대 작곡가 나이젤 헤스(Hess)까지 왕성하기 그지없는 '음악 식탐(食貪)'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가 중국의 랑랑(郞朗·26)이다. 하지만 2004년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협연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실황 음반(DG)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러시아 낭만주의 협주곡을 녹음하기 위해 '러시아 음악 황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까지 러시아산(産)을 총동원했지만 "감정 과잉에 가깝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이탈리아의 명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의 내한 공연에서 랑랑이 택한 협주곡도 바로 라흐마니노프 2번이었다. '음반에서의 상대적 부진을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가 이날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였다.
빨리 승부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여리고 느리게 출발해서 점차 크고 묵직한 파고(波高)를 그려야 하는 1악장 도입부부터 랑랑은 조금 빨리 강세를 잡아 나갔다. 2악장의 서정적인 절정에서 셈 여림의 대조를 통해 특유의 영롱한 소리를 빚어내는 랑랑의 매력은 여전했지만,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사이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제 박자를 지키고 싶어하는 악단과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싶어하는 협연자는 '혼연일체'라기보다는 '각개전투'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신세대 피아니스트 특유의 경쾌하고 즉물적 해석이나 '낭랑'하기 그지없는 '랑랑'의 소리만으로는 러시아 특유의 진중함과 호방함을 통째로 담아내지 못했다.
러시아 낭만주의 협주곡을 녹음하기 위해 '러시아 음악 황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까지 러시아산(産)을 총동원했지만 "감정 과잉에 가깝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이탈리아의 명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의 내한 공연에서 랑랑이 택한 협주곡도 바로 라흐마니노프 2번이었다. '음반에서의 상대적 부진을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가 이날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였다.
빨리 승부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여리고 느리게 출발해서 점차 크고 묵직한 파고(波高)를 그려야 하는 1악장 도입부부터 랑랑은 조금 빨리 강세를 잡아 나갔다. 2악장의 서정적인 절정에서 셈 여림의 대조를 통해 특유의 영롱한 소리를 빚어내는 랑랑의 매력은 여전했지만,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사이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제 박자를 지키고 싶어하는 악단과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싶어하는 협연자는 '혼연일체'라기보다는 '각개전투'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신세대 피아니스트 특유의 경쾌하고 즉물적 해석이나 '낭랑'하기 그지없는 '랑랑'의 소리만으로는 러시아 특유의 진중함과 호방함을 통째로 담아내지 못했다.

아쉬움을 덜어준 건 오히려 2부였다. 이날 연주는 라흐마니노프부터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까지 모두 러시아 곡으로 채웠기에 '남구 이탈리아에서 바라보는 북구 러시아'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더욱 이채로워졌다. 푸치니의 《나비 부인》과 《투란도트》 등 숱한 이탈리아 오페라 걸작을 초연했던 명문 가극장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악단처럼 차갑고 냉철하게 절제하고 감정을 다스리기보다는, 마음껏 분출하고 터뜨리는 편을 택했다. 4악장에서는 레스피기의 이탈리아 관현악을 듣는 듯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감을 자랑했고, 2악장 구슬픈 오보에 독주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별다른 동작 없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서 악단을 바라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