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식해도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길들었네

입력 : 2008.08.28 03:09   |   수정 : 2008.08.28 06:43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남녀 주인공 김소현(오른쪽)과 이형철.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막이 열리면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 꽃 파는 처녀 일라이자 두리틀(김소현)과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이형철)가 만난다. 남녀 주인공의 등장 치고는 희한하다. 헨리는 "저그여, 대장 아자씨, 불쌍한 소녀, 꽃 한 송이만 사주세여" 같은 일라이자의 톡특한 말투를 몰래 받아 적다 들킨다. 입을 열고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둘의 신분 격차가 드러나는 설정이다.

일라이자를 6개월 만에 숙녀로 만드는 내기로 출발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는 '사랑의 관성(慣性)'에 대해 말한다. "인생에 여자를 끌어들이느니 스페인어의 새로운 의문문이나 연구하겠다"던 헨리나, "당신이 안 잡아당겨도 밀물은 들어오고/ 당신이 안 돌려도 지구는 돌아요"(삽입곡 〈당신 없이도〉)를 노래하던 일라이자는 결국 서로에게 길든다. 이 뮤지컬은 만남과 이별, 재회로 이어지는 고리형 구조다. 사랑이 뚝 떨어져나갈 땐 둘의 생활도 헝클어진다.

1956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줄리 앤드류스가, 1964년 영화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일라이자 역을 한국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의 김소현이 맡았다. 흐트러짐 없는 '공주과' 배우로 기억되는 김소현은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성질 급하고 무식한 아가씨 일라이자로 연기 폭을 넓혔다. 헨리에게 '교양 어법'을 배운 뒤 "하우 두 유 두?" "하우 카인드 오브 유 투 렛 미 컴" 같은 대사를 할 땐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윤복희와 김진태가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벽을 뚫는 남자》 《첫사랑》의 김성기의 코미디 감각도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장면, 오케스트라는 〈그녀 얼굴에 길들어버렸네〉를 연주하며 관계의 복원을 예고한다. 헨리가 녹음된 일라이자의 목소리를 들을 때 일라이자가 나타나는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의 마무리 수법이다.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이 원작인 《마이 페어 레이디》는 좀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관객 반응은 좋았다. 감동적인 장면이나 극장 밖에서 귓바퀴에 맴도는 노래가 없다는 게 흠이다. 내년에는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도 개봉된다.

▶9월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일라이자 역은 김소현과 임혜영이 나눠 맡는다. 1544-1555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네 배우 인터뷰 영상입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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