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를 질주하는 젊음 2부 So hot!

입력 : 2008.08.12 03:37

'우리는 핫하다' 내일부터
'신선한 소재, 파격적 구도, 기발한 발상'
개성 작열 '뜨거운 미인'들 만나보세요

김민형씨의〈또각또각〉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전시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2부가 13일 서울역 구역사(舊驛舍)에서 개막한다. 《아시아프》1부는 지난주 닷새 동안 관람객 2만2927명을 불러모으며 올해 최고의 전시로 확인됐다. 1부 '우리는 쿨하다(We Are Cool)'에 걸린 작품이 탄탄한 기본기를 내세운 서늘한 도전장이었다면, 2부 '우리는 핫하다(We Are Hot)'에 걸릴 작품은 개성이 작열하는 '뜨거운 미인들'이다.

유진상(43) 《아시아프》 전시총감독은 "2부 작가들은 ▲신선한 소재 ▲파격적인 구도 ▲기발한 발상 ▲거칠고 분방한 붓질을 통해 자기 세계를 거침없이 드러낸다"고 말했다. 요컨대 청춘의 힘과 생동감을 만끽하는 것이 2부의 묘미다.

로비를 거쳐 첫 전시실에 들어서면 2부의 특징이 곧바로 드러난다. 드높은 궁창으로 햇볕이 스며드는 가운데, 색채가 선명하고 붓질이 대담한 대형회화 수십 점이 걸려있다. 007 영화에 등장하는 호화로운 자동차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수묵화, 추상에 육박하는 간명한 구도로 파란 하늘과 붉은 황야를 그린 유화 등이 눈길을 끈다.

다음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인물화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물감 대신 작가의 혈액으로 그린 매릴린 먼로 초상화,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테레사 수녀 초상화, 히틀러 콧수염을 기른 이명박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관람객은 당황하거나 분개하거나 실소할 것이다. 이어지는 전시장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재치 있게 녹여낸 미디어아트의 감동이 준비돼 있다.
김영도씨의〈행복한 아침식사〉(왼쪽), 김혜란씨의〈혼돈과 좌절〉(오른쪽).
김영도씨의〈행복한 아침식사〉(왼쪽), 김혜란씨의〈혼돈과 좌절〉(오른쪽).
2층에 올라서면 해외작가 전시실이다.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해외작가 전시실은 80여 년 전 조선의 갑부와 당대의 미녀들이 은식기로 정찬을 들던 '경성역 그릴' 자리다. 그곳에 펼쳐진 아시아 작가의 출품작들을 앞서 1층에서 본 국내작가 작품들과 견줘보는 묘미가 색다르다. 덧붙여 고풍스런 전시장의 천장과 벽면과 내부까지 꼼꼼히 둘러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해외 작품을 보며 한숨 돌리고 나면, 이번에는 유쾌한 풍자정신이 돋보이는 설치작품들 차례다. 하이힐 뒤꿈치에 매끈한 굽 대신 말(馬) 다리를 붙여놓은 작품, 햄버거 빵 모형 사이에 탄산음료 캔을 우그러뜨려서 잔뜩 끼워 넣은 작품 등이다. 이어지는 공간의 작품들은 좀 더 섬세하고 시적이다. 인적 없는 식탁, 우아한 고가구가 놓인 호젓한 응접실 등, 잘 정돈됐으나 어쩐지 쓸쓸함이 감도는 풍경이 관객을 맞는다.
박민주씨의〈물결〉(왼쪽), 최유씨의〈인생무상〉(오른쪽).
박민주씨의〈물결〉(왼쪽), 최유씨의〈인생무상〉(오른쪽).
이어 도시와 산악을 대담하게 그린 작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시의 리듬은 다시 한번 꿈틀댄다. 2층을 다 보고 1층에 내려오면,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 백가쟁명하는 긴 회랑이 나온다. 취향과 관계없이 이곳을 보는 것은 향연이다. 그만큼 다양하다. 대형 캔버스에 검은 테이프를 붙여서 수묵추상화에 육박하는 강렬한 구도를 완성시킨 작품도 있고, 휴대전화 액정 화면 속에 조선시대 기녀가 들어앉은 모습을 담은 수묵채색화도 있다.

1부와 2부를 다 보고 나면 문득 궁금해진다. 방금 본 777명의 신예 가운데 미래의 대가들이 숨어있다면 과연 그들은 누구이며 또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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