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박한 무대… 화려한 연주… 웅장한 노래

입력 : 2008.08.11 03:00

아시아필하모닉아카데미오케스트라의 '라 보엠'

무대는 없어도 노래는 남는다. 지난 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젊은 음악학도들이 구성한 아시아 필하모닉 아카데미 오케스트라(APOA)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연주했다. 정명훈의 지휘와 함께, 별도의 의상이나 무대 장치 없이 간단한 소품만으로 공연했지만 '보는 재미' 대신에 '듣는 재미'를 한껏 선사했다.

지금 오페라 《라 보엠》의 남자 주인공을 찾아내야 한다면,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테너 김재형은 무대에서 보여줬다. 지난 1996년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이후 10년간 국내 간판급 테너로 활약하다가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그에게는 모처럼의 '오페라 귀국 무대'이기도 했다.

이 날 로돌포 역을 맡은 김재형은 1막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부터 낭랑하지만 가볍지 않고, 힘있지만 둔중하지 않은 소릿결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의 고음(高音)에는 격조와 윤기가 깃들어 있었다.
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오페라‘라 보엠’무대에서 테너 김재
형(로돌포 역)과 소프라노 이명주(미미 역)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정명훈이 아시아 필하모닉
아카데미 오케스트라(APOA)를 지휘했다. /CMI 제공
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오페라‘라 보엠’무대에서 테너 김재 형(로돌포 역)과 소프라노 이명주(미미 역)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정명훈이 아시아 필하모닉 아카데미 오케스트라(APOA)를 지휘했다. /CMI 제공

연인 미미(소프라노 이명주)와 함께 부르는 3막 이중창에서 다시 절창을 선보인 김재형은 4막 마지막 장면에서 숨진 미미를 부둥켜 안으며 통절(痛切)한 절규를 내뿜었다. 1막 퇴장 장면의 이중창에서 테너들을 자주 괴롭히는 고음 대신 화음을 택한 것이 굳이 찾자면 유일한 흠이었지만, 때로는 '정면 돌파' 대신 '안전 운행'이 필요한 법이다.

안정감 있는 볼륨을 갖춘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강형규와 무대에 줄곧 유쾌함을 불어넣은 베이스 함석헌(콜리네 역)까지 남자 성악진은 《라 보엠》의 최상급 캐스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황금 라인업'을 자랑했다.

두 명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번갈아 악장 역할을 맡은 제1바이올린 파트와 플루트를 비롯한 유려한 목관 라인까지 APOA 오케스트라도 신선함과 패기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정명훈은 팀파니의 격동이 끝나는 대목에서 연주자와 미소를 나누면서 관현악 콘서트보다 더욱 열띤 동작으로 '타고난 오페라 지휘자'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이 날 공연은 지자체(인천시)의 후원과 값싼 티켓 가격(최고가 2만원)을 통해 조기 매진됐다는 점에서도 좋은 선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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