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기가 원하는 대로 연주해요"

입력 : 2008.08.01 02:49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

독일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Zimmermann·사진)은 지난 1985년 쾰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 위해 쾰른을 찾았다. 당시 이 악단의 단원 중에는 한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엄주(41)씨가 있었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만난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아들 세르게이를 낳았다. 오는 12·13일 서울시향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 위해 내한하는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식(韓食) 가운데 돌솥 비빔밥을 가장 좋아하며 맛있는 불고기를 찾기 위해 언제나 한식당을 찾아다닌다. 또 한국 장모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먹고서 힘을 얻는다"며 웃었다.

올해 17세의 아들도 내년 영국의 명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앞두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부모와 아들까지 가족 3명이 모두 한 악기를 켜고 있는 셈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첼리스트, 어머니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음악 가족'이다. 침머만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나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필요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도 아들과 협연했으며, 아들과 함께 연주할 때는 내가 바이올린 대신 비올라를 연주한다"고 말했다.

프랑크 페터 침머만은 바흐(Bach)부터 쿠르트 바일(Weill)까지 독일 고전 레퍼토리의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지난 2003년에는 마티아스 핀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베를린 필과 세계 초연했고 지난해에도 브렛 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초연했다. 내년 1월에는 오거스타 리드 토마스의 협주곡을 초연할 예정일 정도로 현대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이름 높다. 그는 "물론 베토벤의 작품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똑같은 곡만 연주한다면 음악은 도서관에 갇히고 만다.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작곡가들을 찾아내서 새로운 곡을 의뢰하고 연주하는 것 역시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의 바이올린은 작곡가이자 명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프리츠 크라이슬러(Kreisler)가 사용했던 1711년산(産)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서독일 은행으로부터 악기를 후원 받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이 악기를 사용하면서 음악에 대한 생각부터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연주에 악기를 맞췄다면, 지금은 이 악기가 원하는 대로 내가 연주하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 13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