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고음악 '현재와 미래' 가늠해본 자리

입력 : 2008.07.14 03:30

고음악 연주단체 '무지카 글로리피카' 연주회

창단 7주년 연주회를 가진 고음악 단체〈무지카 글로리피카〉/유유클래식 제공

해외와 국내 클래식 음악계 사이에 가장 큰 시차(時差)가 존재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古)음악이다. 바흐와 헨델, 그 이전의 바로크와 르네상스 음악을 작곡 당대의 옛 악기와 연주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 흐름은 유럽에서는 기존 음악계에 대한 '강력한 야당'을 넘어 이미 '수권 세력'까지 넘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제 튼튼히 뿌리 내리기를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고음악계에서 가장 먼저 뿌린 씨앗에 해당하는 단체인 〈무지카 글로리피카〉(리더 김진)가 창단 7주년을 맞아 발자취를 돌아보는 연주회를 가졌다.

12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콘서트는 비발디의 협주곡을 중심으로 바흐와 로카텔리, 뮈텔까지 바로크 시대 협주곡의 변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일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이 시기 협주곡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빠르고, 느리고, 다시 빠른 3악장의 간결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음악학자 정경영씨는 "빠른 악장에서 반복해서 되풀이되는 일종의 후렴 같은 리토르넬로(ritornello) 형식이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하고 기대와 긴장과 이완의 드라마가 생겨나게 한다"고 말했다.

비올라 다 감바와 바로크 첼로를 연주하는 강효정씨를 비롯해 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옛 악기를 전공한 뒤 국내 고음악 단체에 합류하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아직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이 분야이기도 하다. 이 날도 쳄발로의 자크 오그(Ogg)와 바로크 파곳(fagott)을 연주하는 토마스 웨소로브스키 등 적지 않은 해외 연주자들이 협연자나 객원 단원으로 합류했다.

비발디의 〈파곳, 현악과 통주 저음을 위한 협주곡〉에서 웨소로브스키는 목관 가운데 가장 낮은 음역인 파곳을 통해 '낮은 화려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후반부 로카텔리의 〈합주 협주곡〉에서는 악단이 강약과 박자의 대비를 통해 소리의 층을 한층 두텁게 빚어냈다.

서구에서 고음악 운동은 전문 음악학교나 직업 오케스트라 중심으로 음악계가 점차 세분화하고 공고한 장벽이 구축되는 것에 반발해서 "음악 본연의 모습과 자세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바흐와 헨델, 비발디와 그 이전의 옛 음악을 본받는다는 점에서는 법고(法古)와 온고(溫故)의 뜻이 강했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는 창신(創新)과 지신(知新)의 의미가 적지 않았다. 지금 이 땅에서 고음악에 천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음악이 또 하나의 '골목대장'이나 '그들만의 리그'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날 음악회는 한국 고음악의 현주소와 미래를 동시에 그려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음악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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