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컴퍼니' 연습현장을 가다
장맛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습기 가득한 바람이 부는 6월 12일 오후 4시 30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기실로 뮤지컬 '컴퍼니'의 배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14명이나 되는 출연배우들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4시부터 40분 간격으로 집합하기 때문에 분장실은 아직 한산하다. 먼저 도착한 박수민과 유나영 등이 헤어메이크업을 마칠 때쯤, 나머지 배우들도 서넛씩 속속 도착한다.
'컴퍼니'는 에이프릴(유나영 분 ), 마르타(난아 분), 캐시(이혜경, 김지현 분) 세 여자를 오가며 가벼운 연애만 즐기던 뉴욕의 골드미스터 바비가 다섯 커플-늘 티격태격해도 재밌게 사는 해리(서영주 분)와 사라(이정화 분), 이혼 후에 더 행복해진 피터(선우 분)와 수잔(박수민 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데이빗(홍경수 분)과 제니(양꽃님 분), 말 많고 탈 많은 결혼을 무사히 치른 폴(정상윤 분)과 에이미(방진의 분), 까칠함과 다정함으로 죽이 잘 맞는 래리(김태한 분)와 조앤(구원영 분) - 을 보며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원작의 바비와 친구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동료들과 화합할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이지나 연출가의 설명처럼 주조연이 비슷한 비중으로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는 동안 모자라거나 튀는 사람 없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무대 위의 ‘왁자지껄 유쾌발랄’은 대기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밥 먹을 사람~!”을 외치며 남자배우 몇 명을 모은 서영주가 저녁을 해결하러 나가자 방진의와 이혜경이 메모지를 들고 부지런히 남은 배우들의 식사 주문을 받는다. 곳곳에서 각자가 특유의 하이 톤으로 목을 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한쪽 방에서는 악보를 손에 쥔 유나영이 조연출과 나란히 앉아 노래연습에 여념이 없고, 고영빈은 분장실 구석에 매트를 깔고 요가로 몸을 푼다.
극 중 나이와 실제나이가 비슷한 만큼 배우들의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농담 반 진담 반 토론도 빠지지 않는다.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결혼을 권장하는 양꽃님과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선우의 상반된 의견을 주축으로 2, 30대 배우들은 나름의 고민에 빠진다.
방진의와 이혜경이 양 손 가득 저녁거리를 사들고 대기실로 돌아올 쯤, 오토메이션 점검을 마친 무대는 조명 테스트를 시작한다. 연출가 이지나와 무대감독이 대본을 보자마자 동시에 떠올렸다는 ‘블랙, 큐빅, 우드’의 이미지가 그대로 재현된 무대. 마름모꼴로 짜인 우드 바닥과 큐브 모양의 반투명 큐빅 블록, 등받이 없는 까만 소파로 구성된 심플한 무대는 격자무늬 조명이 색을 바꿀 때마다 뉴욕 빌딩 숲의 화려한 밤 풍경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6시 40분, 바비의 매력 넘치는 세 여자친구의 무대리허설이 끝나자 결혼을 하루 앞두고 두려움에 질린 신부 에이미의 살 떨리는 노래 ‘난 결혼 못해!’가 이어진다. 긴 가사를 엄청난 속도로 소화하면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인상을 썼다가 입을 씰룩대는 표정이 마임이스트 못지않다. “네 표정이 재미있다고 해서 구경왔다”며 객석에 자리 잡고 앉았던 구원영의 개인리허설까지 마친 7시. 어느덧 마이크 착용을 마치고 무대로 나온 14명이 함께 ‘바비 부비 바비 베이비’를 부르는 것으로 단체리허설이 시작된다.
8시가 되면 막이 오르고, 바비의 서른 다섯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된 관객들은 유쾌한 웃음 속에서 문득‘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네모반듯한 무대 위로 둥글게 모여선 14명의 진정한 ‘컴퍼니’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