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1세기… 한민족의 신화는 무엇인가

입력 : 2008.06.23 23:21

'우리 안의 신화' 展

학자들이 다른 문화 영역과 접속하여 학문을 구체화하거나 맥락을 확장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는 언제든 반길 일이다. 그렇게 했을 때 이론은 우리 삶의 지대와 지층을 풍요롭게 만드는 실천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평창동 산중턱에 있는 토탈미술관의 《우리 안의 신화 전》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요컨대 이 전시는 동아시아문화학회(회장 송미숙 성신여대 교수)가 2년여에 걸쳐 '동아시아 문화와 신화'를 논제로 탐구한 이론의 복잡한 겹들을, 예술언어·대중문화 형식·교육 방법론과 중첩시키며 미술로 펼쳐 놓은 장(場)이다.

이 중첩의 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신화'이다. 전시 구성을 크게 세 축으로 나눠 보면, 기획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내려 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 축은 임충섭, 유근택, 신현중 등 현재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에 속하는 중견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한민족의 뿌리와 정체를 형성해온 신화를 읽어낸다. 또 다른 축은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완충지대에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신화의 재해석과 변용으로서 조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왕성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대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 대학(원)생들의 미술을 통해 동시대 문화의 최전방에 속하는 세대의 신화를 다뤄보려 한 것 같다.

거기에 더해 단군 신화를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입해 보는 마임 공연과 바리데기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극이 함께 하면서, 《우리 안의 신화 전》은 '이론의 형상화' 모색으로는 갖출 걸 대부분 갖췄다. 또 그런 만큼 전시는 문자 언어나 담론의 논리 너머 과거와 현재, 우리 삶의 안과 밖에서 흐르고 있는 '신화성'에 대한 다층적인 지각과 사고의 단초를 제공해준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우리 안의 신화 전》. /토탈미술관 제공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우리 안의 신화 전》. /토탈미술관 제공
그러나 작가들마다 상이한 배경과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 사이를 걷다 보면, 그것을 오직 '신화'라는 키워드로 꿰고 있는 전시를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불가피 떠오른다. '과연 21세기, 여기, 우리 안의 신화가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동시대 이미지가 신화적 원형을 가지고 있다거나, 젊은이들의 작업 속에서 신화적 모티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시 기획자의 관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우리의 현재 의식, 문화 예술 행위가 어떤 후대, 어떤 미래의 이야기를 예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안의 신화를 정의하는 일이 아닐까?

한민족의 건국 시조(始祖)인 단군왕검 신화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현재 없다. 그러나 이 고색창연한 이야기가 신화의 생명력을 갖는 것은 거기서 오늘에 이르는 우리의 비전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그 비전이. 전시는 29일까지.

(02)379-3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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