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고법 보유자 정철호씨 26일 연창발표회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 정철호(85)씨는 14세 때 국창(國唱) 임방울 선생(1905~1961)을 처음 만났다. 임방울 명창은 일제 시대 〈쑥대머리〉를 담은 음반으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만주와 일본까지 당시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범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13세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고아가 되고 말았지요. 아버님이 소리를 하셨기 때문에 귀동냥으로 배웠던 소리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어요."
정씨가 외롭고 갈 곳 없는 형편을 이야기하자 임방울 선생은 "목청을 우선 들어야 하니 소리를 해보라"고 말했다. 명창과 전국 공연을 하고 있던 단원 30명도 함께 있었다. "30명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죽을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자리에서 허락을 받은 정씨는 스승이 타계할 때까지 15년간 모시며 판소리 춘향가·적벽가·수궁가 세 바탕을 배웠다. 정씨는 "스승은 음성만 들어도 가슴에 바로 와 닿는, 하늘이 내려준 소리를 지니고 계셨지만 평소에는 언제나 재담도 잘하시고 인자하셨다"고 기억했다.
스승 타계 후인 1964년 정씨는 임방울류 적벽가를 처음으로 녹음했고, 2001년에는 임방울류 적벽가 완창 발표회를 했다. 그가 7년 만에 스승을 그리는 음악회를 다시 연다. 제자들과 함께 임방울류 적벽가를 연이어 부르는 '연창 발표회'를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갖는 것이다.
정씨는 "당시 광주 송정에서 제자 6명이 스승의 수발을 들며 소리를 배웠지만, 서울까지 따라온 건 나까지 두 명이었다. 그마저 이제는 모두 다 세상을 떠나고 남은 건 나 혼자뿐이기에 스승의 소리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02)725-9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