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떤 나라가 더 기발하고 흥겨울까?

입력 : 2008.06.18 23:05   |   수정 : 2008.06.19 06:28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유로비트'

이 뮤지컬을 완성시키는 건 관객이었다.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으로 1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된 《유로비트》(Eurobeat)는 쌍방향 공연의 한 모델을 보여줬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패러디한 《유로비트》는 결선에 오른 유럽 10개국 출전팀이 한 곡씩 노래하는 것으로 무대를 채우는데, 관객은 입장할 때부터 어느 한 팀을 지지하게 된다. 그 나라 국기를 흔들거나 박수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우승할지는 출연진도 몰랐다. 승자는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한 관객의 즉석 투표로 가려졌다.

두 명의 사회자는 이탈리아·에스토니아·아이슬란드·영국·러시아·헝가리·아일랜드·그리스·독일·스웨덴 등 출전국들을 희화화한다. 이탈리아는 "양말보다 더 자주 정부(情婦)를 갈아치운답니다"로, 영국은 "세계 최강의 훌리건이 있는 나라"로, 아일랜드는 "으깬 감자와 삶은 감자, 감자튀김이 주식인 나라"로, 스웨덴은 "지도에서 이 나라를 지우면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남성 생식기처럼 보이는데요"로 소개하는 식이다. 이들은 또 "혹시 지금 배고픈(hungry)가요?" 물은 뒤 헝가리 팀을 등장시켰다.

노래와 춤에도 폭소가 내장돼 있었다. 이탈리아의 가수 베르사체는 "달콤한 말은 필요 없어/ 그냥 날 가져~"로 흐르는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요〉를 부르며 객석에 추파를 던졌고, 영국 팀은 〈아이 러브 투 러브 투 러브〉로 사랑 타령을 했고, 러시아 팀은 이름이 〈KG Boyz〉였다. 빨간 레슬링복 차림으로 춤을 춘 에스토니아 팀, 여신(女神) 복장으로 나타나 노출(?)을 감행한 그리스 팀도 박수를 받았다. 독일 팀은 노래 없이 춤만 추는 무대를 보여줬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패러디한 뮤지컬《유로비트》중 스웨덴 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1974년 그룹 아바(ABBA)가, 1988년엔 가수 셀린 디옹이 우승한 경연대
회다./서울뮤지컬컴퍼니 제공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패러디한 뮤지컬《유로비트》중 스웨덴 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1974년 그룹 아바(ABBA)가, 1988년엔 가수 셀린 디옹이 우승한 경연대 회다./서울뮤지컬컴퍼니 제공

이날 우승은 흰 반짝이 옷을 입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얼음공주〉를 부른 러시아에 돌아갔다. 그러나 관객 투표를 집계하는 장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또 유럽 각국의 문화적 차이, 독특한 영어 발음을 재료로 한 웃음 코드들은 맥락이 없는 한국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프랑스를 빼곤 유럽의 아름다운 나라는 다 모였다"는 멘트도 영국에서 공연될 때와는 달리 호응이 없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7월 7일까지 《소리도둑》 《오디션》 《만화방 미숙이》 등이 공연된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호평받은 《유로비트》는 오는 9월부터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폐막작 《버터플라이즈》는 85억 원을 들인 중국의 뮤지컬 프로젝트다. 축제 기간에 기차로 대구를 찾는 관객에게는 20% 할인 혜택도 있다.

▶22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25일부터 7월 6일까지는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02)3141-1345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유로비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소재로 유럽에서 히트한 뮤지컬입니다. /박돈규 기자


뮤지컬 '유로비트'의 로비. 출전한 10개국 국기와 딱딱이를 팔고 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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