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18 23:01
윤디 리,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녹음
웨이브 큰 머리카락 밑에 우수 어린 듯 강렬한 빛을 발산하는 눈동자….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 리(사진)는 지난 2000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동양인의 독특한 감수성과 낭만을 전달하며 피아노 음악의 샛별로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나이키 광고 모델로도 친숙한 그가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찰을 벗어 던졌다. 지난해 5월 오자와 세이지의 지휘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리고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DG)한 것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한 기운을 발산하는 프로코피예프의 이 협주곡에서 윤디 리는 내재된 선율미와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풍성하게 가꾸어내며, 현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곡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 특히 무려 6분에 이르는 1악장 카덴차(cadenza)에서 그가 보여주는 광대한 풍모는 압도적이다.
라벨의 협주곡에서도 윤디 리는 작품 특유의 이국적 느낌을 잘 살려내면서도 역동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첫 악장에서 스윙 풍의 입체적 리듬감과 3악장의 자유분방함도 매혹적이지만, 아다지오 악장에서 피어 오르는 찬연함이야말로 윤디 리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