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언제든 뒤집어지는 것"

입력 : 2008.06.16 23:28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 展' 여는 잭슨홍

잭슨홍씨는 의자 끝을 가슴팍에 대고 등받
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며‘체했을 때 의
자 모서리를 이용해 혼자서 토하는 법’을 직
접 보여줬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작가로 변신한 잭슨홍(36·본명 홍승표)씨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2에서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 전》을 열고 작품 12점을 선보이고 있다. "익숙한 사물을 통해 '상식'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COMMON SENSE'(상식)라는 영문 글자가 돋을새김된 야구방망이에 유리 케이스가 씌워져 있고, 유리 겉면에는 '비상시 유리를 깨뜨리시오'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말 그대로 비상시 유리를 깨고 꺼내 쓰라는 거다. 바닥엔 의자 15개가 놓여 있다.

"회의 때 화나면 벽에 걸린 야구방망이로 부장을 때릴 수도 있고, 떡 먹다 기도가 막히면 의자 모서리에 명치 끝을 대고 혼자 토해낼 수도 있어요. 결국 쓰는 사람 맘대로인 거예요."

상식을 비틀어 보여주는 이 작품들에는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했던 홍씨의 삶이 투영돼 있다. 그의 말마따나 '모난 돌'이었던 그는 "가는 곳마다 '정'을 맞고 쫓겨났다"고 했다.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와 대학원을 졸업, 97년 삼성자동차에 자동차 디자이너로 입사해 2년간 일했지만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회사는 르노에 인수됐다.

"60년 전 설계도나 지금 설계도나 겹쳐 보면 거의 다를 게 없는 차(車) 디자인에 질려버려서" 다시는 차 디자인을 안 하겠다고 다짐하며 명예퇴직했다.

2000년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에 유학했다. 밤을 꼴딱 새우며 공부에 열중한 그는 졸업 후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라는 아이디오(IDEO)의 디자이너로 뽑혔다. 그러나 회사는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실망한 그에게 에코 디자인사의 크랜브룩 출신 사장이 손을 내밀었다. 입사 뒤 그는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등 굵직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줄줄이 맡았고, 신바람이 나 평소 꿈꾸던 디자인을 몽땅 풀어놨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작품'을 못마땅해했고 사장 역시 디자이너보다는 한국 고객회사를 유치해올 영업맨 역할을 기대했다.

"좌충우돌 갖은 쇼를 한 뒤에야 나는 상업디자인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이 서른둘, 한국으로 돌아왔죠. 딱 10년만 내 안의 '작가정신'을 토해내자고 맘먹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현실의 반전과 불안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1대 오타쿠'이자 사회 부적응자로서 작가 잭슨홍이 현대사회에 갖고 있는 분노를 재미있게 표출했다"며 "일상의 영역과 비상시 영역의 불안한 경계를 재정의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5일까지. (02) 3448-2112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