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라틴 리듬에 빠진 '브로드웨이'

입력 : 2008.06.16 23:41

인 더 하이츠, '토니賞' 뮤지컬 부문 작품상 등 4관왕

올해 토니상(Tony Awards)의 승자는 '라틴'과 '랩'이었다.

15일 저녁(미국 시각)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62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가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차지했다. 토니상은 한 해 동안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된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공연계 최대 축제다.

뉴욕에 사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인 더 하이츠》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랩, 힙합, 살사 등의 라틴 음악으로 구성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올해 토니상에서 가장 많은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뮤지컬은 작품상, 작사·작곡상, 안무상, 편곡상을 가져갔다.

그러나 《인 더 하이츠》는 작사·작곡·주연까지 도맡은 신예 린 마뉴엘 미란다(28)의 신선한 음악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본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역량은 예년의 작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도 받았다. 지난 시즌 화제작이었던 《영 프랑켄슈타인》과 《인어공주》의 평이 엇갈리며 일찌감치 수상권에서 멀어져간 데다, 다른 경쟁작들도 미니멀한 무대로 대본상을 받은 《패싱 스트레인지》나 중극장 규모의 《재너두》 등 다소 약체들이어서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인 더 하이츠》와 경쟁했던 콘서트형 뮤지컬 《패싱 스트레인지》(Passing Strange)는 대본상을 수상했다.

신작의 침체 속에서 돋보인 작품은 뮤지컬 리바이벌(재공연)상을 수상한 《남태평양》(South Pacific)이었다. 연출상(바틀렛 쉐어), 남우주연상(파울로 쇼트)을 비롯해 디자인 전부문(무대·의상·조명·음향)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총 7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전통에 충실한 선율, 뛰어난 배우들, 모던한 연출과 디자인으로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한 1949년 원작을 재창조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을 차지한《인 더 하이츠》의 배우들이 시상식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을 차지한《인 더 하이츠》의 배우들이 시상식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바이벌 부문의 또 다른 작품 《집시》는 1980년 《에비타》 이후 28년 만에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다시 받은 패티 루폰 이외에도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배우 부문에서만 3개를 수상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최강의 배우들로 구성된 뮤지컬임을 증명한 셈이다.

연극 부문에서는 시카고 초연 뒤 뉴욕으로 진출해 올해 퓰리처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던 《8월: 오세지 카운티》(August: Osage County)가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최다 수상작이 되었다. 올해 토니상은 각계의 다양한 업계 관계자 795명이 직접 투표인단으로 참가해 수상작을 선정했으며, 공로상은 《컴퍼니》 《스위니 토드》의 작사·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헌정됐다.

한편 이번 토니상은 신작의 약세와 리바이벌 강세라는 분위기를 반영한 듯, 시상식 프로그램에서도 오랫동안 공연 중인 스테디셀러 작품들에 대한 홍보성 소개가 눈에 띄었다. 오프닝 무대는 《라이온킹》이 장식했고, 아담 파스칼을 비롯한 오리지널 배우들이 《렌트》를 공연했다. 또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인어공주》 《영 프랑켄슈타인》의 공연 장면도 특별히 편성했다.

토니상(Tony Awards)=브로드웨이의 여배우 앙트와네트 페리를 기념하기 위해 1947년 만들어진 상.‘ 토니’는 페리의 애칭이다. 해마다 6월 시상(21개 부문)하며‘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린다. 수상 여부가 공연의 흥행을 쥐락펴락하기도 한다. 토니상 수상작이 한국에 들어오는 시차(時差)는 최근 들어 2~3년으로 좁혀지고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