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13 15:14
| 수정 : 2008.06.14 13:53
움직임을 표현한 조각상의 미(美)는 '동중정(動中靜)'에 있다.
기원 전 5세기 그리스인들은 '리트모스(rhythmos)'라는 개념을 통해 움직임의 모든 속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리듬(rhythm)'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한 이 말은 '형태', '패턴'을 뜻했다. 그러다 점차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스텝을 밟는 사이의 정지된 순간에 댄서가 취하는 자세를 뜻하게 됐다. 연속 동작 가운데 찰나의 멈춤, 그 인체의 특징적인 포즈를 '리트모스'라고 칭하게 된 것이다.
기원 전 5세기 그리스인들은 '리트모스(rhythmos)'라는 개념을 통해 움직임의 모든 속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리듬(rhythm)'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한 이 말은 '형태', '패턴'을 뜻했다. 그러다 점차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스텝을 밟는 사이의 정지된 순간에 댄서가 취하는 자세를 뜻하게 됐다. 연속 동작 가운데 찰나의 멈춤, 그 인체의 특징적인 포즈를 '리트모스'라고 칭하게 된 것이다.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는 '리트모스'의 대가로 아테네에서 예술적 기량을 펼쳤던 조각가 미론(Myron·기원전 5세기 활동)을 꼽았다. 미론의 대표작 '원반 던지는 사람'은 '리트모스'를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오른손에 원반 든 나신(裸身)의 남성은 팔을 한껏 뒤로 뻗어 원반을 최대한 멀리 던지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인체가 운동의 최극점에 이르기 직전의 정지한 순간을 묘사한 이 작품의 청동 원본은 소실됐다. 로마 시대의 대리석 모사본만 남아 있다.
남인도의 촐라 왕조(9세기~13세기)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춤추는 시바 신상(神像)이 자주 제작됐다. 힌두교의 신 시바는 죽음과 파괴를 상징한다. 여러 개의 손 중 한 손에 소고(小鼓)를 들고 너울대는 불꽃과 빛의 고리 속에서 춤을 추는 이 조각상은 '시바 나타라자(무용수의 왕 시바)'라고 불린다. 한쪽 발로는 납작 엎드린 악마의 등을 밟고,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빙글빙글 도는 시바의 춤은 시공(時空)을 초월해 우주의 에너지를 일깨우는 천지창조적 기능으로 여겨진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춤 동작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주의 창조와 파괴, 탄생과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독일 출신의 인도학자 하인리히 침머(Heinrich Zimmer·1890~1943)는 춤추는 시바상에서 동중정(動中靜)의 미학을 발견했다. 격렬한 춤 동작이 자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고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바의 얼굴에서다. 그는 저서 '인도의 신화와 예술'에서 이 무심한 얼굴에 대해 "춤의 진기함과 일부러 지은 듯한 무표정한 얼굴의 잔잔한 고요 사이에는 긴장이 맴돈다"며 "남인도의 춤추는 청동상들은 온갖 체험과 감정에 넋을 잃은 인물과 조용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아와의 역설적인 동일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출신의 인도학자 하인리히 침머(Heinrich Zimmer·1890~1943)는 춤추는 시바상에서 동중정(動中靜)의 미학을 발견했다. 격렬한 춤 동작이 자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고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바의 얼굴에서다. 그는 저서 '인도의 신화와 예술'에서 이 무심한 얼굴에 대해 "춤의 진기함과 일부러 지은 듯한 무표정한 얼굴의 잔잔한 고요 사이에는 긴장이 맴돈다"며 "남인도의 춤추는 청동상들은 온갖 체험과 감정에 넋을 잃은 인물과 조용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아와의 역설적인 동일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