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잘 되고, 돈 적게 들고, 극전개 빨라 호평…
'돈 조반니' 등 3편 잇단 개막
수십만 원에 육박하는 티켓 가격, 무대와 의상 같은 화려한 볼거리…. 언젠가부터 오페라에는 '초대형'이나 '스펙터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올 여름은 거꾸로 출발한다. 1000석 미만의 소극장에서 '오페라 게릴라들'이 꿈틀거린다. 18일 세종 M씨어터(630석)에서 개막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시작으로 ▲21~25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378석)에서 슈베르트의 오페라 《아내들의 반란》과 쳄린스키의 《피렌체의 비극》 ▲27~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710석)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까지 쏟아진다. '작지만 강한' 소극장 오페라의 귀환이다.
◆오케스트라는 없다, 건반 악기는 있다
슈베르트와 쳄린스키의 단막 오페라를 한 무대에 올리는 성남아트센터의 공연에는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가 반주를 맡는다. 슈베르트의 오페라 《아내들의 반란》의 원작은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다. 아내들이 전쟁 반대와 잠자리 거부를 연계시킨다는 착상에서 출발한 유쾌한 희극이다.
슈베르트는 이 오페라를 쓰면서 관현악 대신 피아노에 반주를 맡겼다. 쳄린스키의 오페라 《피렌체의 비극》에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있지만, 등장 인물이 3명에 불과하고 단막(50여분)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 반주를 사용했다. 조성진 예술감독은 "슈베르트의 오페라는 창작 당시부터 소규모 공간에서 공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인다. 소극장을 무대로 택하면 청중과 가깝게 소통하면서 내용을 집약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극장 오페라는 대규모 무대 전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력한 스펙터클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돈 조반니》의 연출가 이경재씨는 "소극장 오페라라고 대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고정 관념일 뿐이다. 객석과 가까워지는 만큼 책임감도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무대가 주는 시각적 감동은 5분을 넘기지 못한다. 대신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부각하고 속도감을 살려서, 바람둥이 돈 조반니의 캐릭터를 객석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돈 조반니》에서도 당초 3시간에 이르는 원작에서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지막 중창을 덜어내고 돈 조반니의 죽는 장면으로 끝내면서 2시간 안팎으로 과감하게 압축했다.
오는 27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 오르는 《리골레토》에 투입되는 예산은 1억 6000여 만원에 불과하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형 오페라에 비하면, 보통 10~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술 총감독 장수동씨는 "700석 안팎의 극장에서 4차례 공연하다 보니 저예산 프로덕션으로 가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오페라가 패션쇼는 아니다. 예산보다 중요한 건 상상력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리골레토》는 2006년 공연된 프로덕션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나오는 16세기 이탈리아 만토바에서 20세기 말의 항구 도시로 배경을 옮겨와 갱스터와 무기 밀매, 전쟁 난민 등 현대적 요소를 강화했다. 장씨는 "오페라에도 우리 시대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