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이라는 감옥이 내겐 자유의 터전"

입력 : 2008.06.04 23:32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주인공 오만석

"모든 배역은 감옥"이라는 이 사나이의 고백에 따르면 배우 오만석(33)은 요즘 '3중 감옥'에 갇혀 있다. 7월에 개막하는 영화 원작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연출 조광화)을 연습 중인 그에겐 당장 14일 존 카메론 미첼과의 《헤드윅 콘서트》가 닥쳐 있고, 틈틈이 11월 자신의 연출 데뷔작 《즐거운 인생》을 워밍업하고 있다. 그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다"고 했다.

연극 《이(爾)》의 공길, 뮤지컬 《헤드윅》의 트랜스젠더(헤드윅),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 《왕과 나》 등을 거친 오만석은 연기·노래·춤에 두루 능한 배우로 꼽힌다. 무대에 오르기는 《하루》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오만석은 "노래 연습하면서 울컥울컥하는 기분을 오랜만에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신작 《내 마음의 풍금》에 집중하고 있다.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이 뮤지컬에서 오만석은 1960년대 강원도 시골학교 총각 교사 강동수 역을 맡는다. 열여섯 살 소녀 홍연, 연상의 양호 교사와 삼각관계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드라마라서 좋았어요. 선입견을 갖게 될까봐 영화는 안 봤습니다. 홍연을 볼 때 느낄 법한 작은 떨림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연구 중이에요."
대학로의 한 주택 지붕에서 웃고 있는 오만석.“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지만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현장성이 공연의 매력”이라
고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대학로의 한 주택 지붕에서 웃고 있는 오만석.“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지만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현장성이 공연의 매력”이라 고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헤드윅》 뮤지컬과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존 카메론 미첼은 지난해 '한국의 헤드윅들'과의 콘서트 공연 뒤 오만석을 최고로 꼽았다. "만나본 헤드윅들 중 헤드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올림픽홀에서 공연하는 《헤드윅 콘서트》에서 미첼과 오만석은 이 뮤지컬 삽입곡들을 나눠 부른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가장 욕심났던 작품이자 겁나서 가장 오래 망설였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출가로 신고할 소극장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노총각 음악교사 이야기로 김태웅의 연극이 원작이다. 오만석은 "음악 수업 장면이나 헤어진 여자를 못 잊어 소리치는 장면 등 음악적 요소가 많다"며 "배우들을 퇴장시키지 않고 공간을 설정해주는 등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은 《헤드윅》의 이준 음악감독이 썼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스프링타임(Springtime)〉 〈나비〉 등의 솔로곡(작곡 김문정)을 부른다. "고음이 많이 섞여 있어 쉽지 않지만 세련된 곡들"이라고 했다. 편한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면 유재하 노래를 많이 부른다는 그는 "이성이 작동할 겨를 없이 가슴에 쑥 들어오는 노래가 좋다"고 말했다.

배우는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힌다고 했다. 뜻대로 연기가 안 풀릴 경우 "손바닥에 물집나고 피날 때까지 북 치기"(대학 시절), "내 자동차나 벽을 걷어차 분풀이하기"(2000년대 초) 등으로 해결했다는 오만석은 "요즘도 가끔 자학(自虐)을 한다"고 했다. 연륜을 더 쌓은 뒤 하고 싶은 뮤지컬로는 《맨 오브 라만차》를 꼽았다. "돈키호테는 이 시대 배우의 모습 같아요. 나이도 들고 풍파도 겪은 뒤에 하려고 아껴두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풍금》은 7월 22일부터 호암아트홀. (02)751-9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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