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대사를 꿰뚫어 객차는 달리네

입력 : 2008.05.28 23:23   |   수정 : 2008.05.29 07:51

연극 '백년언약'

연극 《백년언약》(오태석 작·연출)은 1950년 7월, 멈춰선 객차에 살림을 차린 피란민들을 비추며 출발한다. 쥐 세 마리가 등장해 해설자 노릇을 한다. 격랑의 역사, 그래도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비유다. 오태석은 《만파식적》에서 사자, 《용호상박》에서 용과 호랑이, 《갈머리》에서 개떼 등 최근 동화적인 상상력을 탐색하고 있다.

남편(장민호)은 인민군 정치보위부로 끌려가고 난세에 홀로 남겨진 새댁(백성희)이 주인공이다. 객차는 〈인애모자원〉, 〈용산여인숙〉, 〈크럽(클럽) 아리조나〉, 〈안과병원〉 등으로 간판을 바꾼다. 각각 총살당한 가족, 호객하는 거리의 여인, 기지촌의 양공주, 한국에 수입된 중국인 의사를 보여주면서 반세기에 걸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한다. 이 연극은 할머니가 된 새댁의 꿈에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나타나면서 결말을 향해 달린다.

신극 100주년 기념작답게 '현대사를 관통하겠다'는 의욕은 당찼다. 국립극단으로서는 3년 만의 해오름극장 공연이고 라이브 연주가 들어오는 등 사이즈도 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긴 시간을 감당하지 못했다. 생략과 비약이 심한 이야기의 선로(線路) 위에 즉흥성과 의외성을 굴리는 '오태석 연극'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과 관계와 현실성이 약한 후반부는 지지하기 힘들 정도로 어수선했다.
몸파는 여인들이 호객하는 장면이다.《 백년언약》은 올 가을 세계국립극장축제에서도 공연된다. /국립극단 제공
몸파는 여인들이 호객하는 장면이다.《 백년언약》은 올 가을 세계국립극장축제에서도 공연된다. /국립극단 제공
장민호·백성희가 부부를 연기한 것은 1968년 《환절기》 이후 40년 만이다. 80대 중반의 두 배우는 잘 들리는 발음과 무게감으로 무대를 지켰다. 마지막 장면, 헤어졌던 이 부부의 만남은 《삼국유사》와 《심청전》에서 일부 재료를 가져오고 우리 현대사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 《백년언약》과 잘 어울렸다. DMZ 철책을 뚫고, 또 땅굴을 통해 북한 아이들이 내려오는 장면도 볼거리였다. 정물화처럼 배우도 관객도 정지되는 순간이다.

▶6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6

연극 '백년언약'에서 여인들의 호객 장면. /박돈규 기자


연극 '백년언약'의 마지막 장면.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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