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sun] 이다도시 "울랄라 아줌마는 잊어주세요"

입력 : 2008.05.09 19:02   |   수정 : 2008.05.09 19:05

말 많은 아줌마 이미지 부담스러워
무대 서보니 한국 배우들의 열정 대단
한국인 된 지 12년…이제 이방인 대접은 섭섭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방송인 이다도시(Daussy Ida Noelle Daniel·39)는 소녀 같은 이미지와 원숙미가 잘 어우러진 매력적인 여인이다. 지난 5월 6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다도시는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가족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5월 31일까지)에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브레멘 음악대’는 그림형제의 동명 동화가 원작으로, 당나귀·암탉·강아지·고양이 등 늙고 쓸모없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 힘을 합쳐 멋진 음악대를 만든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작자이자 가수인 유열씨는 “이다도시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 받았고 그녀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이다도시는 불과 며칠 동안의 짧은 준비기간을 가지고 오디션을 봤는데 10분 가까이 되는 대사와 노래를 다 외워 연출진과 제작사를 놀라게 했다. “이번이 첫 번째 뮤지컬 도전이에요. 11년 된 동갑 친구 이연경과 더블 캐스팅됐죠. 탤런트인 연경씨는 20년 가까이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톰소여의 모험’ ‘테크노 피노키오’ 등 어린이 뮤지컬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다도시는 자신이 직접 공연을 해보니 한국 배우들의 강한 무대사랑을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배우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는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국가가 배우에게 일정액을 지급해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공연이 없으면 수입도 없더라고요. 결국 경제적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배우들이 많아지는 거죠.” 

그녀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1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회계사고 어머니는 교사예요. 20세, 19세에 결혼하셔서 부모님 모두 아직 환갑이 안 됐어요. 사실 제가 생겨서 결혼하셨거든요. 호호. 어릴 때부터 캠핑카 타고 부모님과 여행 많이 다녔어요.”

이다도시는 어려서부터 말이 많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가정 통신문에 ‘수다 그만’이라고 적어 보내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죠.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또 그녀는 호기심도 풍부했다고 한다. “배우는 것이 좋아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어머니가 제발 나가서 놀라고 할 정도였죠. 유치원 때까지는 남자 아이들하고만 놀았고 남자가 되고도 싶었어요. 사춘기 때 자연스럽게 여자가 됐지만요.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는데 선생님들은 저보고 연극배우가 되라고 했고요.”

이다도시는 프랑스 르아브르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 비즈니스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인하대와 자매결연을 한 학교예요. 대학원에서 실습 과정이 있었는데 저는 한국을 선택했어요. 1991년 한국에 처음 왔고 이듬해 장기체류를 시작해 연세대 어학당을 다녔죠. 당시 EBS에도 출연해 프랑스어를 가르쳤어요.”

그녀는 기숙사 친구와 호텔 바에 놀러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옆 테이블 사람들과 어울려 영어로 이야기하며 놀게 됐어요. 거기에 남편이 있었죠. 그날이 마침 밸런타인데이였어요.”


두 사람은 1993년 결혼했다. “귀화는 1996년에 했고 이때부터 방송인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죠. KBS ‘아침마당’에 남편과 출연했는데 계속해서 섭외가 이어지더라고요.”

그녀는 지금 한국의 작은 프랑스라고 불리는 서래마을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프랑스인들을 위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다. 슬하의 자녀는 2남. “장남은 서래마을에 있는 프랑스 초등학교 5학년, 둘째는 프랑스 유치원 2학년이에요. 큰 아들은 된장찌개, 청국장을 너무 좋아해요. 둘째는 생선구이, 미역국 등을 좋아하고요.”

이다도시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빠른 생활 템포에 적응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을 아줌마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분명히 한국 남자들은 30대 이상의 기혼여성을 바라볼 때 아줌마로 보는 것 같아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남편마저도 저를 아줌마로 봐요. 프랑스에는 아줌마, 아가씨가 따로 없고 여성만 있거든요.”

그녀는 “30~40대 여성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지 않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사랑과 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자신감도 생겨 빛이 나는 나이죠. 또 인간적으로도 성숙해 함께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장 빛날 나이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아 아쉬워요.”
 

이다도시는 개고기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저도 개고기 수육을 먹어봤는데 향이 강해서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좋아했기에 굳이 더 먹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개를 어떻게 사육하고 죽이나’인 것 같아요. 개농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개들을 좁은 철장 안에 가둬놓고 기르면서 망치로 때려죽이는 모습을 봤어요.”

또 프랑스 출신답게 와인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한국의 와인 문화는 너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것 같아요. CEO들 중에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분도 있는데 그냥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프랑스다운 와인 즐기기죠. 저는 보르도 와인을 좋아해요.”

지금까지 육아, 요리, 에세이 등 여섯 권의 책을 낸 이다도시는 올 가을 와인책을 낼 예정이다. “원고는 이미 다 썼어요. 초보자를 위한 정보, 음식과의 궁합 등 실용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어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해서 꼭 책을 써보고 싶었어요. 가족여행을 떠날 때 맨 처음 준비하는 것이 각자 읽을 책이었어요.”

그녀의 아버지 서재에는 주로 프랑스 역사, 어선 등에 대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저희 고향과 고기잡이 어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셨어요. 저는 감명을 받았고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러웠죠. 저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에 많은 책들을 항상 주위에 두었어요. 제가 쓴 책이 출판되었을 때 아이들의 눈빛에서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이후 큰 아들 유진이도 자신이 직접 만든 책을 제게 보여줬어요. 타이타닉에 대해 자신의 관점에서 느낀 대로 쓰고 그림을 넣어서 만든 책이었죠. 전 그 책을 복사해서 친구들, 프랑스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보내줬어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이다도시는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에는 청계천에서 열린 ‘수요주먹밥콘서트’에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가해서 관광공사 ‘구석구석 나누미 봉사단’과 함께 시민들에게 직접 주먹밥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봉사활동은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 특히 아이들과 관계된 행사는 거절을 안 하죠. 외국인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요.”

이다도시는 오래전 귀화해서 자신의 국적이 한국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방인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귀화한 사람이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2세들도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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