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팝송 불러가며 자동차 팔았어요"

입력 : 2008.05.07 23:02   |   수정 : 2008.05.08 08:31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 음악 감독으로 컴백하는 구창모

'사업가 구창모(54)'는 '가수 구창모'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1991년 가요계를 떠나 현재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구창모가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6월 13일부터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음악감독을 맡아 무대로 돌아온다. 7일 소나기가 지나간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7080세대와 반응하는 100여 곡의 대중가요 중 20곡 가까이를 골랐다"며 "17년을 사업가로 살았지만 오늘도 노래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구창모가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한 지 꼭 30년이다. 그는 80년부터 그룹 송골매에서 2~4집을 내며 〈어쩌다 마주친 그대〉〈모두 다 사랑하리〉 등을 히트시켰고, 85년 솔로로 독립해서도 〈희나리〉 등을 발표하며 사랑 받았다. 구창모는 "음악적 욕심 때문에 독립했는데 나와서 잃은 것도 많았다"며 "가장 큰 손실은 내가 작사·작곡하지 않은 곡을 부르다 보니 음악적 색깔이 흐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계를 떠난 것은 1990년 터진 이른바 'PD 촌지 사건' 때문이었다. 쇼 프로그램 PD들이 가수들을 출연시키거나 노래를 틀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건으로, 당시 구창모도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구창모는 "조사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꼈고 가수로서의 내 인생 자체가 뿌리째 흔들렸다"고 말했다. 가수 활동을 중단한 그는 199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Voice of Asia(아시아의 목소리)》라는 음악축제에 초청 받았다가 아예 거기 눌러앉았다.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뮤지컬《진짜 진짜 좋아해》음악감독으로 돌아온 가수 구
창모.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직업은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다. 2000년까지 현대자동차를 2000대 가량 팔았는데, 가수 이력이 도움될 때도 많았단다. "한국에서 인기 가수였다고 해도 '에이 농담은…' 하던 고객을 데리고 노래방에 가서 〈예스터데이〉〈마이 웨이〉를 불러주고 한꺼번에 34대를 계약한 일도 있어요. 90년대 중반 녹용 판매업에 손을 댔다 수십 억원을 날리기도 했는데, 힘들 때면 노래방에 가서 30~40곡씩 부르면서 '사업가 구창모'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2003~2004년엔 귀국해 7080콘서트에 참여했는데 히트했다. 구창모는 "30대 후반부터 40대 관객에게 그런 욕구가 잠재돼 있었다"며 "이번 뮤지컬도 그런 의미에선 추억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초연할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도 그 경험에서 뻗어 나왔다. 1970년대 말~ 80년대 초 하이틴 영화 3편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대중가요를 붙여 만드는 《진짜 진짜 좋아해》에는 〈모두 다 사랑하리〉〈어쩌다 마주친 그대〉등 송골매 시절 노래들과 〈젊은 미소〉 〈해야〉 같은 히트곡들이 포함돼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미스터루(미스터) 구'로 불린다는 구창모는 현지 사업이 안정되면 한국에 들어와 콘서트를 열고 가스펠 가수로도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가수로의 진짜 컴백이다. 그는 "사업은 옆길로 샌 것일 뿐 가수가 내 천직"이라며 "노래하는 끼는 타고났고, 세상 둘러봐도 좋아하는 노래하면서 돈 버는 가수만큼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조선일보사 건물에서 17년만에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 음악감독으로 돌아온 가수 구창모씨를 만났다. /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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