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t 수조… 벽에 놓인 침대… "저 연극 표현방식 특이하네"

입력 : 2008.05.02 22:52   |   수정 : 2008.05.03 07:34

연출가 겸 배우 가다슨 작품 3편 잇달아 공연

어떤 연극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16~1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변신》과 24~25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 오르는 《보이첵》이 그렇다. 아이슬란드 연출가 겸 배우 기슬리 가다슨(Gardarsson·35)은 카프카 원작 《변신》에서는 벌레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뷔흐너의 《보이첵》에선 대형 수조(水槽)를 들여오는 방법으로 관객을 '공격'한다. 5월 국내에서 공연되는 가다슨의 작품은 뮤지컬 《러브》까지 3편이다. '가다슨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벌레 인간'으로의 변신?

《변신》의 무대는 두 층으로 구분돼 있다. 1층은 평범한 가정집이지만 주인공 그레고르의 공간인 2층은 객석 쪽으로 90도 넘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침대, 테이블, 의자, 화분 등이 바닥이 아닌 벽에 놓인 셈이다. 어느 날 벌레로 변한 외판원이 주인공인 연극은 이 무대 구조에서부터 '벌레를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관객의 기대를 넘어선다. 아이슬란드 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가다슨은 벽을 타고, 계단 위로 기어가고, 거꾸로 매달리며 오로지 육체로 벌레(그레고르)를 연기한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공간은 어둡다. 아버지는 우산과 두꺼운 책으로 위협하며 그레고르를 가두고, 그의 의자를 창밖으로 내던진다. 엄마는 "비좁다"며 그레고르의 방에서 가재도구들을 싹 치운다. 그레고르의 언어는 관객에게만 이해될 뿐 가족에겐 소음으로 들린다. 여동생마저 등을 돌리고, 점점 커지는 그레고르의 공포와 절망이 움직임으로 전해진다. 그가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변신》은 내내 '과연 누가 벌레인가'를 묻는다.
카프카 소설이 원작인 연극
《변신》에서 벌레로 변신하는
기슬리 가다슨./LG아트센터 제공
카프카 소설이 원작인 연극 《변신》에서 벌레로 변신하는 기슬리 가다슨./LG아트센터 제공

◆7t의 물속에서 연기를

《보이첵》도 먼저 시각적으로 돌진해 온다. 정수처리장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는 어지럽게 파이프들이 엉켜 있고 길이 10m, 높이 0.9m의 수조가 앞을 에워싼다. 아내 마리의 부정을 알고 살해하는 주인공 보이첵을 그리는 《보이첵》은 물 7t이 들어가는 수조에서의 수중 연기로 비극의 부피감을 키운다. 보이첵과 마리는 수조에서 수영하고 잠수하며 사랑을 나누고, 마리가 죽는 곳도 거기다.

그 틀 안에서 보이첵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기계부품쯤으로 비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공중그네를 이용해 사랑을 표현했던 가다슨은 《보이첵》에서 이 수조로 주인공의 공포를 드러낸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그는 "풍부하고 상징적인 언어를 주기 때문에 고전에 끌린다"고 말했다. 《보이첵》은 9일 개막하는 의정부음악극축제 폐막작이다.

▶둘 다 영어 공연으로 한글 자막 제공. 문의는 《변신》이 (02)2005-0114, 《보이첵》은 (031)828-5892

연극 '변신' 하이라이트 영상. /LG아트센터 제공= 박돈규 기자


'보이첵'이 초청된 2008 의정부음악극축제.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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