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놀이로 푼 희랍 비극, 그러나 난해한…

입력 : 2008.04.23 23:54

연극 '두 메데아'

연극 《두 메데아》는 배우들이 무대 양쪽에 고인 물에 불 붙인 초를 띄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조명에 반사돼 벽에 일렁이는 물결이 물고기 비늘 같다. 물과 돌을 이용해 음악을 퍼올리는 배우들은 "음음~" 신음 소리까지 보탠다. 이어지는 건 놀이. 배우들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같은 놀이로 가볍게 이 희랍비극을 풀어나간다.

원작 《메데아》는 나라를 버릴 정도로 한 남자(이아손)를 사랑했으나 배신당하자 자식을 죽여 그에게 복수하는 여인 메데아가 주인공이다. 임형택이 연출한 극단 서울공장의 《두 메데아》는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실험극연극제에서 연출상을 받은 작품. 연출가는 상반된 두 명의 메데아(한 명은 내면)를 등장시켜 이 지독한 복수극에 부피감을 더했다. 대사는 압축하거나 버리고, 창(唱)을 비롯한 소리와 이미지, 아크로바틱으로 사건을 전개시켰다.

메데아가 자식을 죽이는 끔찍한 장면은 그녀가 종이를 갈가리 찢어서 태운 재를 물에 뿌리는 것으로 꾸며지는 등 《두 메데아》에는 시적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해외용 실험극'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놀이나 창에는 한국색이 있었지만 부채나 칼 같은 소품과 의상, 세트는 일본적이었다.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에겐 연극을 열고 닫는 놀이의 효과를 포함해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물음표로 남는 대목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지배하는 형식미에 대한 고민, 배우들의 호연과 재능은 인상적이다.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923-1810


 

맨 위로